박근혜 대통령 취임 1개월..키워드는 '융합'

by피용익 기자
2013.03.24 16:06:5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1개월을 맞는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 위협,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 인선 잡음 등 각종 이슈가 계속된 가운데도 박 대통령의 키워드는 한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융합’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와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업무보고 등에서 융합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했다. 직접 발언한 것만 33회였고 대변인 등을 통해 전달된 메시지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취임 후 매일같이 이 단어를 입에 달고 산 셈이다. 융합의 대상도 방송과 통신, 행정부처 간 업무,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세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창조경제는 융합이 핵심이다. 문화와 산업 그리고 과학기술도 서로 접목해서 접목되는 부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시장과 수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을 전부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융합을 가장 많이 언급하는 건 창조경제와 관련해서였다. 특히 종합유선방송(SO) 관련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수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융합 코드는 첨단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축산업이나 문화콘텐츠와 관련해서도 융합의 중요성은 수시로 언급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농축산업에 첨단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앞서 20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선 “과학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부문, 문화콘텐츠 등을 융합해서 창조의 꽃을 피울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행정부처 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융합 행정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칸막이에 둘러싸인 (부처 간) 업무를 신속히 파악하고 칸막이 제거 실행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뜻에 따라 21일부터 시작된 부처별 업무보고는 관계부처가 함께 들어가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 고용노동부와 여성부가 함께 보고하는 식이다.



칸막이 제거를 통한 행정 융합은 정부 조직개편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 내에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을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부처 간 칸막이와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효율적으로 경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실도 ‘융합’이 진행 중이다. 과거 정부에서 중앙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해 브리핑룸 등에 흩어져 있던 매체들을 새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춘추관 기자실은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기자석은 현재 141석에서 181석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상주하다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취재원으로부터 각기 다른 취재 결과를 얻는 일도 발생한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입장이 무엇인가를 사전에 잘 의논해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멘트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혼선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일관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보니 아예 기자들과의 소통창구를 대변인으로 일원화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 혼선이 정권 초기 국정을 흔들 수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메시지를 바로 잡자는 것이지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