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피플]"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by김일문 기자
2011.08.29 10:21:50
심재만 삼성증권 DCM 총괄 이사 인터뷰
"성과보다 동반 성장 위한 파트너십 중요"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26일 13시 5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국내 DCM(Debt Capital Market:회사채 인수 시장) 분야에서 삼성증권(016360)의 비중은 크지 않다. 대형 증권사이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을 주도할 법도 한데, DCM에서만큼은 유독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증권이 변하고 있다. 조직 개편과 전략, 방향성을 갖추고 제대로 해보겠다는 움직임이 서서히 엿보이고 있다. 작년 DCM 리그테이블에서 10위권 밖에 머무르며 변방을 맴돌았던 삼성증권이 올들어서는 수위권에 종종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이같은 분위기의 방증이다.
유독 회사채 인수에 소홀했던 삼성증권이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심재만 DCM 총
괄 이사는 먼저 채권 시장 전반의 변화를 그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과거 채권 시장은 뇌물이 없으면 영업을 못할 정도로 혼탁했다"며 "삼성의 정서나 스탠스로는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힘들었지만 최근 몇년새 투자 분위기가 깨끗하게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변하자 회사 내부 전략도 수정됐다. 그 동안 IB사업부 내에서 IPO와 M&A 주관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DCM쪽으로 눈을 돌려 해볼만 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심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내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던 DCM을 놓고 최근 1~2년간 고민을 거듭했지만 시장이 바뀐만큼 삼성도 변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DCM에서 칼자루는 채권 발행기업에게 있다. 이슈어의 입김에 휘둘리며, 수수료녹이기 등의 꼼수가 횡행하는 전장에서 삼성증권만의 전략이 궁금해졌다. 그는 "경쟁사끼리 이전투구, 과당경쟁에 몰두하고, 업계 물을 흐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단순한 발행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춰 인수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리그테이블 목표도 정해놓지 않았다. 성과 평가를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곤란하다는 게 심 이사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들의 기초 체력과 그에 걸맞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기업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일 뿐 성적표는 후순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심 이사는 무엇보다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증권사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유도하기 보다는 베스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포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채는 기업 자금 조달의 한 수단일 뿐"이라며 "다양한 금융 상품과 경우의 수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적인 관계가 더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심 이사는 채권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신용평가 등급을 통해 일률적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상황이지만 발행 규모가 더 커지고 투자자들이 현명해질수록 시장의 방향성과 크레딧 분석 능력에 대한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삼성의 고객은 발행사의 상환 능력이 아니라 삼성을 믿고 투자한다는 신뢰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