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론스타 vs 국세청]①슈퍼스타 되기
by임명규 기자
2010.12.01 11:11:00
마켓 인 | 이 기사는 12월 01일 09시 4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프랑스의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는 수년전 부유세에 불만을 품고 스위스로 이주했다. 이전에도 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 배우 알랭 들롱 등 유명 연예인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고국을 떠났지만, 알리데가 남긴 "일만 하는 소가 되기는 싫다"는 말은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놨다. 국민들은 깊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사태는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총리가 나서 알리데를 공개 비판하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됐다.
| ▲ 프랑스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 고국의 높은 세금에 불만을 품고 "일만 하는 소가 되기 싫다"며 스위스로 이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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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지휘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 해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벨기에로 거주지를 이전했다가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탈세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벨기에가 자본이득이나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던 히딩크는 네덜란드 법원에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세계적인 명성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절세(絶稅)와 탈세(脫稅)는 세금을 내지 않거나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다. 법을 위반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범죄 여부가 결정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알리데는 절세, 히딩크는 탈세를 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세금납부 의무를 함께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서적 혼란과 씁쓸한 뒷맛을 맛보게 했다는 점은 같았다. 상당한 규모의 세금이 고의적인 회피 수단에 의해서 국고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불쾌감이었다.
지난 1998년 우리나라에 첫 투자를 한 론스타(Lonestar Fund)는 10여년간 수조원의 차익을 올리고 이제 외환은행 매각을 끝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스타타워와 스타리스, 극동건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차익을 냈고, 2003년 2조원을 들여 인수한 외환은행(004940)은 배당을 통해 이미 원금을 회수한 상태에서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넘겨 5조원에 가까운 매각차익을 눈앞에 두고 있다.
| ▲ 북대서양 서쪽에 위치한 버뮤다 제도. 론스타는 버뮤다와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 세금 부담이 없는 조세피난처를 통해 우회 투자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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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버뮤다와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 세금 부담이 없는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근거지를 두고 공격적인 투자와 세금 절감을 병행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론스타가 만든 벨기에 법인(LSF-KEB 홀딩스)은 조세조약에 따라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무장했다. 국세청은 뒤늦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론스타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갖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과세 결정을 내렸다.
해외자본에 대한 국내 여론까지 악화되자 론스타는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반전을 꾀해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사이 국내 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법적으로나 조세조약 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조세심판원에 과세 불복을 제기했다가 지난 7월 기각당하자 다시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이 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급 기관인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상소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 "한국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던 론스타는 국내 로펌과 합세해 세금 안내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5일 하나금융지주와 체결한 외환은행 지분인수 주식매매계약에서도 세금 문제는 따로 빼뒀다. 매각대금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세금은 외국계은행의 지급보증으로 돌려놨다. 이는 "일단 세금은 내지 않는데, 혹시 내야한다면 은행이 대신 내줄 것"이라는 의미다.
론스타는 이번 계약에 앞서 국세청이 핵심 과세근거로 삼았던 고정사업장(론스타코리아)도 비밀리에 철수했다. 향후 국세청과의 논리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금융허브나 사회환원은 이미 한참 지나왔고, 절세와 탈세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생한 론스타에게 이윤을 남기는 일 외에 국민 여론이나 정서 따위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고, 법망을 피해 세금을 줄이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