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디벨로퍼들, `설 자리가 없다`

by윤진섭 기자
2005.11.23 10:46:35

경기침체 가시화되면서 시행사들 어려움 겹쳐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임대 전문 오피스텔을 대거 공급한 A 부동산개발업체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공장터 땅값을 치루지 못해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인 30억원을 사실상 떼였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일으키지 못해 사업부지 계약금을 떼인 것이다.

시행업체(부동산개발업체. Developer)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및 테마 상가 개발에 뛰어들었던 시행업체들 중 이미 다수의 업체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신규 사업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같은 현상은 8.31 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금융권을 통한 부동산 PF 괴담까지 떠돌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자금 상황이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 「`부동산PF 괴담, 채권시장 떠돈다`」기사참고

◇노른자위 땅, 애물단지로 전락= 올 들어 성동구 일대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던 뚝섬 상업용지를 낙찰 받은 P시행사는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예정가격의 두배가 넘는 낙찰가액을 써내 뚝섬 상업용지를 낙찰 받았다. 땅만 잡으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한 `배팅`을 한 셈이다. 이 회사는 낙찰을 받은 직후 시공사를 선정하고, 시공사 보증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을 계획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이 업계 관행을 넘어선 지급 보증을 구두로 약속, 사업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고분양가 논란에 따른 국세청 세무조사, 그리고 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상황이 역전됐다. 건설사들이 이 사업을 바라보는 눈길이 싸늘하게 바뀐 것이다.

H건설 관계자는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평당 4000만원 정도가 예상되는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으면 분양이 잘 되겠느냐"고 시공사 참여를 유보한 배경을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택지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행사들의 입장에선 악재다. 예컨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선 이들 시행사들은 택지 매입에 아예 배제되고 있다.

이는 토공 등 택지를 공급하는 기관이 시행, 시공을 동시에 갖춘 업체로 택지 입찰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토공은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이어 용인시 흥덕지구, 김포시 장기지구 등의 아파트 용지 공급 1순위 자격을 시행, 시공 능력을 갖춘 회사들로 제한한 바 있다.

이로써 시공면허가 없는 대부분 시행사들은 용지분양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A시행사 관계자는 "은행권에서의 자금압박, 규제 강화 등으로 시행사들의 입지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며 "시공기술을 갖추거나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소 시행사 입장에선 이 역시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