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美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 이코노미스트

by김홍기 기자
2000.11.24 13:44:50

대부분의 미국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기 전까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전통적인 주식 가치평가에 의거한 내용이라 논조가 매우 비관적이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사람들은 일이 잘못됐을 때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돌리고는 한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이번 대선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11월8일 이후로 다우존스 지수는 5%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19% 떨어졌다. 해외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여 독일의 노이에 마크트 지수는 11월22일 하루에만 8%가 하락, 1999년 7월 장이 열린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bear market)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스닥 지수는 3월과 비교해 45%나 하락해 있으며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3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1%가 떨어졌다. 월가에서는 10% 정도 빠지면 조정(correct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정치적 교착상태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확실히 그럴 수는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통치와 관련된 위기는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자가 결정될 경우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의 불확실성이 그처럼 크지는 않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퍼스트 콜의 리서치 디렉터인 척 힐은 "선거가 기업 실적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가리는 연막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올 3분기에 기업 순이익은 작년 3분기와 비교해 18% 상승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단기 전망에 대해 확실히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결과적으로 10월1일 이후로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의 4분기 순이익 성장률을 15.6%에서 10.7%로 낮췄다. 겨우 4분기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정도의 전망 수정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척 힐은 실적 전망 하향조정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 보다 더 나쁜 것을 경험할 것이라는 징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경고의 목소리가 기술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주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경기 하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간주됐었다. 10월1일 이후로 기술 기업에 대한 순이익 성장률은 29%에서 16%로 하향조정됐다. 3분기에는 42%의 성장세를 보였었다. 힐은 이에 대해 마치 기술 부문이 경기순환적 하향세에 접어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결과로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시스코 시스템스와 오러클조차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벨킨은 10개 종목에 대해 "좀처럼 드문 가치"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지칭했던 리만 브라더스의 제프리 애플게이트를 공격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노텔 네트워크, 휴렛 패커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에이질런트에 대해 "시장에서 가장 고평가된 칠면조들"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에 투자자들은 TMT라고 불리는 기술, 미디어, 통신 주식들을 내다팔고 에너지, 가정용품, 식품, 음료, 운송 등 보수적인 가치 주식을 매수했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의 악명높은 "퍼머 머리한 황소(perma-bull)"인 애비 조셉 코언은 아직도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그녀는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3월보다 더 괜찮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족 있기 때문에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비이성적 들뜸(irrational exuberance)이 비이성적 침울함(irrational depression)으로 대체됐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거리가 치유된다면 다시금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많은 TMT 주식들은 확실히 비싼 것 같다.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20개의 TMT 주식들의 PER는 55다. 올해초에는 78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 주가의 중간(median) 비율은 33이었다. 반면에 나머지 주식들은 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갔다. 시가총액이 4억 5000만 달러에서 86억 달러인 중형기업들의 PER는 16으로 역사적 중간값에 가까워졌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 주가는 다른 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은 TMT 주식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류트홀드 그룹은 PER가 역사적 평균(average)까지 되돌아간다면 S&P 500은 추가로 42%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약세장의 바닥까지 가려면 58%가 더 떨어져야 한다. 반면에 미국 주가 중간값은 역사적인 바닥 4분위수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31%가 더 떨어져야 하기는 하지만 이미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다. 벨킨은 이와는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거품이 꺼져서 완전한 약세장이 될 경우, 가격은 종종 200주 이동평균까지 간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썬 마이크로시스템스가 57%, 오러클이 53%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코 시스템스는 46%, 인텔은 25%, 마이크로소프트는 6% 추가 하락해야 한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200주 이동평균보다 10% 높은 수준이지만 나스닥은 3분의1이 더 떨어져야 한다. 경험있는 투자자들, 특히 연금 펀드들은 지난 몇개월간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그러나 개인들은 그러한 전망을 거부해왔다. 지난달에 주식형 뮤추얼 펀드로의 주간 유입 금액은 37억 달러로 3분기보다 많았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배나 많았다. J.P.모건의 더그 클리고트는 결국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경우, 특히 내년 3월까지 시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신문 지면에 다우와 S&P가 어째서 2년간이나 상승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헤드라인이 뜨게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약 개인들이 손을 뗀다면 오늘날의 곰은 고양이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