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산업의 미래를 여는 한류
by김미경 기자
2025.12.01 06:10:00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류경제연구센터장] 지난 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경주선언’에 ‘문화창조산업’ 협력의 필요성이 명문화된 것은 문화산업이 경제 발전과 국제 협력의 전략적 자산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또 최근 정부가 G20 순방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한 ‘K박람회’는 한류가 단순히 문화적 흐름을 넘어 연관 산업의 수출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걸 확인한 자리였다. 박람회에서 국내 기업들은 한류라는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를 얻었고, K컬처의 매력은 국가 경제 성과로 연결됐다.
한류는 지금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과거 한류는 단기적 주목과 소비를 이끌어내는 홍보·마케팅 중심의 효과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장기적· 안정적 수출 구조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류는 단기적으로 소비재 수출과 방한 관광객 증가를 견인하며, 한류 영향력이 커질수록 수출 효과가 확연히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문화적 친숙도가 형성돼야 비로소 한류가 연관 산업의 수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문화를 풍부하게 경험한 소비자일수록 K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친숙함, 긍정적 이미지를 더 강하게 형성했다. 이는 한국 상품·서비스에 대한 선택과 구매 확대로 직결된다. 따라서 한류가 다양한 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문화 기반의 경험 관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연관 산업과 연계된 문화정책도 문화적 근접성과 신뢰 형성을 목표로 설계돼야 한다.
현재 한류는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재해석되며, 살아 움직이는 문화로써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문화가 산업을 움직이고, 산업이 다시 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며 문화 수용력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예컨대 K드라마의 인기가 K푸드·K화장품 등의 수요로 이어지고,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와 문화 영향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이제 한류는 K콘텐츠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가 함께 생산하고 재창조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창작자들이 한국의 전통·역사·문화 등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현상은 K컬처가 글로벌 창작과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가 지속 성장하려면 K콘텐츠가 지닌 고유 감성과 서사적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한국과 함께 만드는’(Made with Korea) 협업 모델 속에서 문화적 원천성과 창작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K컬처가 글로벌 창작 생태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소비·재창조되고 영향력이 확장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변화가 목격될 때마다 ‘한류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그때마다 한류는 새로운 진화 형태를 보여주며 다음 물결을 만들어 왔다.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모든 문화는 번역될 수 있을 때 살아 있다”고 말했듯, 문화는 재창작과 재생산을 통해 생명력을 갖는다.
한류는 현재 ‘살아 있는 문화’로서 새로운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국가 경쟁력과 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문화의 힘으로 산업을 움직이고 국제사회의 변영을 이끄는 시대에 한류는 한국의 미래를 여는 가장 강력한 날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