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철퇴에 법적공방 예고한 카모…증선위 제재 결론 '눈길'

by김범준 기자
2024.10.06 15:08:54

공정위, 경쟁업체 '호출 차단'에 과징금 724억원
카카오모빌리티 "과한 처분…행정소송으로 소명"
증선위, '분식 회계' 의혹 안건 4개월 째 계류 중
증선위 결정에 따라 공정위 과징금 규모도 조정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택시앱 ‘카카오T’를 운영 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위로부터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이어 ‘타 가맹택시 콜 차단’ 혐의로 시정명령과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음에 따라 금융당국의 ‘매출 부풀리기(분식회계)’ 의혹 관련 제재 결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며 불복 소송을 예고했으며, 금융당국의 심의 결과에 따라 추가 대응에 나설 지 주목된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카카오T 블루’ 택시를 이용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위반 혐의와 관련,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거래위원회(증선위)의 다음 회의는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7일부터 시작하는 2024년도 국회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이번 달 25일 이후에나 정상 업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의는 빠르면 이달 말에나 열릴 것”이라면서도 “(증선위 다음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갈지 또는 바로 결론이 날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 이는 위원들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위반 혐의는 지난 4월 금융위 산하 감리위원회에 처음 상정된 뒤 두 차례 논의를 거쳤다. 이후 6월 5일 증선위에 넘겨진 뒤 4개월째 계류 중이다. 증선위는 지난 7월 17일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수위를 논의하지 않고 있는데, 추석 이후인 이번 달 2일로 예정됐던 증선위 회의는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취소됐다.

이는 지난 7~8월 증선위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지기를 맞았고, 증선위원장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회의 불출석 등이 변수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해당 안건을 둘러싸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타나면서 추가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 생겨 예상보다 많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감리를 진행한 뒤 회계상 고의로 매출을 부풀렸다면서 지난 2월 외부감사법 위반 조치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했으며 법인·개인에 대해 약 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해임을 권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브랜드인 ‘카카오T 블루’의 가맹수수료(운행 매출의 20%)에서 제휴수수료(약 17%)를 뺀 약 3%만을 매출로 집계하는 방식(순액법)을 써야 하는데, 2020년부터 가맹수수료를 모두 매출로 산정(총액법)해 가맹택시 사업 매출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금융당국의 제재 양정 기준은 위법 행위 동기에 따라 고의·중과실·과실 등 중요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뉜다. 이를 바탕으로 △과징금 △감사인 지정 △직무 정지 △해임 권고 △검찰 고발 △검찰 통보 △시정 요구 등 최종 수위가 확정된다.

만약 증선위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외부감사법 위반 의혹에 대해 고의성을 인정하고 높은 제재 수준을 결정할 경우, 금융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통보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 회계 처리 기준상 고의 위반이 인정될 경우 법인 및 개인에 과징금과 징역 또는 벌금형도 가능하다.

(사진=이데일리DB)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집계에 따라 어떤 회계 기준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이지, 고의적인 회계 부정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가맹수수료를 온전히 매출로 산정(총액법)할 수 있고, 제휴수수료는 별도 지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굳이 고의로 매출을 부풀릴 이유가 없고, 오히려 현금 흐름을 더 명확히 할 수 있어 3년 간 회계법인 감사를 받으면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 감리 이후 회계 방식을 순액법으로 변경했다.

이전 총액법 방식에 대한 증선위의 판단은 지난 2일 공정위가 부과한 724억원의 과징금 규모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출한 근거가 2021년 5월12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카카오모빌리티의 관련 매출액 기준인데, 총액법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콜 몰아주기로 271억2000만원을 부과한 데 이어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2년간 카카오모빌리티의 과징금 규모는 약 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3년치 영업이익과도 맞먹는 수치다. 다만 공정위는 증선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처리 기준을 순액법으로 결정할 경우 관련 매출액 및 과징금 산정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증선위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정소송 맞대응은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구속 이후 정신아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 CA협의체에서 결정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조만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는 과징금 부과 규모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정부 결정이니 따라야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이다.

한편 류긍선 대표는 배회 영업(길거리 탑승)에 대한 가맹택시 수수료 부당 징수 및 이용 불편 논란과 관련해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