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화 ‘마지막 퍼즐’…11월 정상회담 열릴까

by이명철 기자
2023.08.02 09:29:02

지난달 31일 양국 고위급 외교관들 회담
11월 APEC 회의서 양자회담 성사 여부 부족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과 중국이 오는 11월 정상회담을 모색하기 위한 본격 저울질에 나섰다. 양국 관계는 반도체 패권 경쟁과 정찰 풍선을 비롯한 정보 수집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가 최근 대화를 재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이러한 양국간 대화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고 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고위 외교관들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책임감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측의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사라 베런 국가안보회의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 중국측 양타오 외교부 미대양주국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후 국무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소통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 대화 주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양자·지역·글로벌 문제가 포함됐다.

미·중 정상회담은 올해 11월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면으로 만난 것은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렸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가 유일하다.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그동안 이어졌던 양측 고위급 만남의 최종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미국의 독일마샬기금 상무이사인 보니 글레이저는 SCMP에 “이번 회담의 핵심은 여러 현안과 관련해 미뤄졌던 실무 차원의 길을 닦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현안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그동안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대립해오다가 올해 2월 일명 ‘정찰 풍선 사태’를 계기로 관계가 급속 냉각됐다. 당시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본토 영공을 침범하자 이에 반발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예정됐던 베이징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을 시작으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에 이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고위급들이 잇따라 중국을 찾아 대화의 물꼬를 텄다.

최근 중국의 친강 전 외교부장이 별다른 설명 없이 면직되고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다시 외교부장에 올랐지만 양측 외교 라인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양타오 국장을 만나 왕이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11월 정상회의를 앞두고 친강 당시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최종 사항을 세부 조율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러한 역할을 후임인 왕이 외교부장이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리 대니얼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상무이사는 “중국 체제에서 여전히 매우 매우 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가 친강에게 요구되는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 장기적으로 해로운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