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순이익' 두산중공업, 친환경 에너지로 도약

by박순엽 기자
2022.02.06 13:41:47

지난해 당기순이익, 2013년 이후 첫 흑자전환 전망
부채비율 개선…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화 시도
해상풍력·가스터빈·원전 등 통해 경쟁력 강화 나서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때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실적을 개선하는 등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해상풍력과 가스터빈,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사업의 축을 옮기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도 내고 있다.

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034020)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는 1조 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79.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6115억원으로 2013년 이후 7년 만에 흑자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동안 재무구조 발목을 잡았던 부채비율도 개선되고 있다. 채권단 관리 개시 전이던 2019년 말 300%에 달했던 두산중공업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98.7%로 줄었다. 업계에선 현재 진행 중인 1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 부채비율이 100% 초반대로 개선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이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국가풍력실증센터에 설치한 8MW 해상풍력발전기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이처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모집되는 자금 중 채무 상환에 활용되는 7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에 다각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토대로 회사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규모 발전사들이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비중을 규정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상 비율이 지난해 9.0%에서 올해 12.5%로 상향되면서 해상풍력 관련 발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부터 풍력 기술을 개발해 온 국내 유일의 순수 자체 기술을 보유한 풍력 발전기 제조사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국내 최대 해상풍력 단지인 100메가와트(㎿) 규모의 제주 한림단지에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엔 국내 최대 규모의 8㎿급 해상 풍력 발전기 시제품도 설치하며 기술력을 선보였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창원 본사에 풍력 2공장을 준공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국내 해상풍력 수주 물량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또 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은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해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가스터빈’ 개발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수소터빈 시장이 2030년까지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산중공업은 2024년까지 5㎿급 소형 수소터빈 개발에 착수·실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왼쪽)이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회장과 지난해 7월 경기도 분당두산타워에서 열린 ‘지분투자 및 사업협력 협약식’에서 서명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두산중공업)
아울러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투자를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지속가능한 금융 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SMR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엑스에너지가 개발하고 있는 고온가스로 방식 SMR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2019년부터 투자해 온 뉴스케일파워는 올해 3월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예정으로,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대규모 SMR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이에 대한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전 주기기 등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를 뉴스케일파워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앞으로 수주물량 확대와 이에 따른 매출액 증가로 이익 규모가 장기간 성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특히 신용등급 개선에 따라 해외사업 입찰 참여가 유리해졌고, 해상풍력·천연가스·수소·SMR 등에서 독보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