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도 반한 'K농기계'…대동 대구공장 가보니
by김호준 기자
2021.11.14 14:35:09
농기계 국내 1위 '대동' 대구공장
1947년 설립, 74년 농기계 외길
트랙터·이앙기·지게차 등 생산
엔진 생산부터 차체 조립까지 '척척'
수출 호조로 사상 첫 매출 1조 달성 전망
| 대동 대구공장에서 조립을 마친 트랙터가 출고를 앞두고 마지막 검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대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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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74년간 농기계 한우물을 파 왔습니다.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해도 자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방문한 대구 논공산업단지 대동(000490)(옛 대동공업) 공장. 23만 1405㎡(약 7만평) 부지에 들어선 이 공장에서는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지게차 등 농기계 생산이 쉴새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박인호 서비스사업팀 차장은 “트랙터 등 농기계 수출이 늘어나 지난해보다 공장 직원이 200명 정도 늘었다”며 “엔진 생산부터 차체 조립까지 한산한 라인이 없다”고 했다.
대동 대표 제품은 바로 트랙터다. 트랙터는 강력한 동력으로 각종 농작업을 돕는 필수 농기계다. 대구공장은 트랙터 연 4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캐파(생산력)를 갖췄다. 전체 트랙터 생산량의 85%는 해외로 수출한다. 주력 제품인 중소형 트랙터의 경우 전 세계에서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는다.
| 엔진 조립 공정을 기다리고 있는 주물 소재 ‘실린더 블록’. 여기에 피스톤과 기어 케이스 등 부품을 조립하면 엔진이 완성된다. (사진=김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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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트랙터의 ‘심장’인 엔진 공정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엔진은 트랙터 크기에 따라 20~142마력으로 다양하다. 주물로 만든 엔진 몸체인 ‘실린더 블록’을 라인에 올리면 작업자들이 피스톤과 기어 케이스, 크랭크샤프트 등을 차례로 붙여 조립한다. 엔진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공정만 50개 이상. 조립을 완성한 엔진은 제대로 마력이 나오는지 시험하는 ‘다이나모’ 장비를 통해 성능을 검사한다.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계열사인 대동기어, 대동금속 등을 포함해 여러 협력사에서 조달한다.
박 차장은 “농기계용을 포함한 여러 디젤엔진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대동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최근 친환경 추세로 디젤엔진을 만드는 기업이 줄어들다 보니 오히려 회사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올해 대동의 엔진 단독 매출만 전년과 비교해 15% 증가했다.
| 공장 천정에 붙어 있는 ‘오버헤드 컨베이어 라인’. 이 라인에서는 엔진에 미션 등 부품을 결합한 뼈대인 ‘파워트레인’ 도색이 이뤄진다. (사진=김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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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엔진이 본공장으로 옮겨지면 본격적인 차체 조립 공정을 거친다. 본공장은 트랙터 생산라인과 콤바인, 이앙기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생산라인 크게 둘로 나뉜다.
본공장 천정에 달린 ‘오버헤드 컨베이어 라인’이 눈에 띄었다. 엔진에 미션 등 부품을 결합한 일종의 뼈대인 ‘파워트레인’이 이 오버헤드 컨베이어에 매달려 부식을 방지하는 도색 과정을 거친다.
도색을 마친 파워트레인은 다시 자동으로 지상으로 내려와 연료탱크, 타이어, 메인 프레임 등과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부 공정은 자동화 장비를 통해 이뤄지지만, 중요한 조립은 직원 한명 한명 손길을 거친다. 라인 작업자는 공정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를 수시로 살펴보며 로봇이 입력한 오차를 확인하고 부품을 조립한다.
노재억 대구공장장은 “우리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전 세계 70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클레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며 “올해는 더 효율적인 공정을 위해 스마트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하는 등 생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동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트랙터 메인프레임과 연료탱크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대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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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47년 경남 진주에서 설립한 대동은 고(故) 김삼만 회장이 세운 ‘대동공업사’가 모태다. 현재는 고 김 회장의 손자인 김준식 회장이 3세 경영을 이어간다.
대동은 농기계 업계에서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기도 하다. 1962년 국내 최초로 경운기를 생산한 대동은 이어 트랙터(1968년), 콤바인(1971년), 이앙기(1973년) 등을 잇달아 국산화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해외 진출도 나서 현재 전 세계 70개국에 트랙터 등 농기계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주요 공급망이 흔들리고, 원자재 값이 폭등하는 가운데서도 대동은 국내·외 협력사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발빠르게 정비해 흔들리지 않고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북미 이외에도 유럽, 호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농기계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서 ‘하비팜’(취미+농장 합성어)이 인기를 끄는 점에 주력해 중소형 트랙터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635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 창사 이래 첫 연간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대동은 최근 스마트팜과 스마트농기계, 스마트모빌리티 등 ‘미래 3대 전략’을 제시했다. 미래농업 수단으로 주목받는 스마트팜 분야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집중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농기계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전기·수소 기반 트랙터도 개발해 존디어(미국), CNH(영국), 구보다(일본) 등을 넘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대동 관계자는 “새로운 농기계 출시와 함께 서비스·영업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스마트모빌리티와 스마트팜 등 신성장 동력도 착실히 추진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서 다양한 마케팅과 전시회를 추진해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