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김부겸 "`바보 노무현` 국민통합·사람사는세상 희망 놓지 않을 것"
by이성기 기자
2021.05.23 13:30:07
故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사
"우직한 도전 덕분에 이 나라 민주주의 여기 이만큼 와있어"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23일 “대통령님의 열망과 달리 오늘날 대한민국은 불신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12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의 그 우직한 도전 덕분에 오늘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여기에서 이만큼 와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저희는 부끄러운 고백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 권양숙 여사, 유시민(왼쪽)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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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는 “작은 차이를 부풀리고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며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들, 세대와 성별 간의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한 우리 모습 때문”이라면서 “분노하는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하지 못한 그런 정치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며 “국민의 가슴 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항상 깨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도식은 국민의례와 묵념, 대표 헌화 및 묵념, 김 총리 추도사, 12주기 주제 영상 `어느덧, 열두 번째 봄` 상영, 유시민 이사장 감사 인사, 참배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 18대 대선 후 엄수된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김 총리는 추도식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아무것도 없고 홀로 서 있는 산이야`라는 생전 마지막 육성에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과 평생을 대통령님 곁에서 함께 걷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추도사 전문.
<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사 >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12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이 무색하게도 대통령님의 빈자리와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늘 이곳 봉하마을에는 조촐하게 모였습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또 해외에서,
수 많은 분들이 마음으로
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살아생전에
좋아하시던 말씀, ‘우공이산’.
사람들이 ‘바보 정신’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정신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매진하신 일들은
지역주의를 넘어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분열의 정치를 청산하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통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신념이셨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는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으시면서도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의 그 우직한 도전 덕분에,
오늘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여기에서 이만큼 와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대통령님께 부끄러운 고백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대통령님의 열망과 달리
오늘날 대한민국은 불신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습니다.
작은 차이를 부풀리고,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며,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들,
세대와 성별 간의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관심을 보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이고,
사랑하면 그때부터 보이는 것이 다르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한 우리 모습 때문입니다.
분노하는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하지 못한 그런 정치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최고위원 시절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때 당신께서는 저희들이 힘들고 주저하면
“뭘 그리 망설이노? 팍팍 질러라!” 하고 호통을 쳐주셨지요.
상식과 정의,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정치를 위해서
용기 있게 말하고 행동하라는 채찍질이셨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하지만 ‘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가슴 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항상 깨어 노력하겠습니다.
벌써 열두 번째 봄입니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모든 국민의 희망으로 이제 피어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노 최고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