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전 방통위원 "SBS 특정기업 비판, 방송 사유화"

by김현아 기자
2016.05.22 13:40:0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이 SBS(034120)의 SK(034730)·CJ(001040) 그룹에 대한 비판보도가 도를 넘었다며 방송을 사유화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 전 위원은 2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작년까지 아무 말 없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갑자기 반대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이견이 있다해도 말 그대로 신문도, 인터넷도 아닌 공공재인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 방송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은 방송의 사유화”라고 말했다.

그는 “SBS가 특정 기업을, 그것도 우회적인 공격을 하면서 보도하는 행위를 보면서 ‘처음에는 저 사람들이 절박한 가 보다’라고 이해하고 참았다”면서 “그런데 거의 매일 아주 집요하게 들어오는 공격행위 자체가 도를 넘었다. 이게 방송의 공공성인가?”라고 되물었다.

SBS는 ‘SKT의 CJ 헬로비전 인수 합병 “문제 많다(1월 21일)’, ‘SKT “합병 시 3,200억 투자…면피성 약속”(3월 8일)’보도처럼 직접적인 합병반대 메시지 외에도 ‘말로만 상생…중소상인들 내쫓은 CJ 계열사(4월 6일)‘, ’야한 방송‘ 추천까지…SK브로드밴드, 청소년 이용해 돈벌이(5월 2일)’라는 기사까지 이틀에 한 번 꼴로 특정기업들에 대한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적절한 비판도 있지만, 일부는 반론권을 제한하거나 특정 입장(이를테면 합병 반대 입장)만 보도해 논란이 있었다.

양 전 위원은 이 문제는 특정 방송사와 특정 대기업들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SBS는 그렇다 치고, 다른 언론 진보 운동 진영에서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보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파들(조중동)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할 때 취했던 행태는 상대적으로 좀 공정한 지상파 방송사가 하면 봐줘야 하는가?”라면서 “둘 모두 전형적인 언론의 사유화 과정이다. 이런 일들을 눈감으면 진보 언론운동의 기반이 됐던 공정성의 기반을 상실하게 돼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
그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위원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무너지는데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침묵하고 있다”며 “지상파 권력이 두려워서 침묵하는가? 그렇다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성준 위원장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스스로 법률적 판단을 하지 않고 해바라기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무슨 독립 기구의 수장인 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위원장이나 이경재 위원장이 나았다. 그들은 적어도 청와대 오더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위원장 스스로 커트해 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방통위는 위원장의 리더십 부재로 형해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그는 “방통위는 이번 M&A를 처리하면서 기존의 룰을 바꾸면서까지 이 문제를 대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론을 계속해 흔든다는 이유로 룰을 바꾸는 것은 문제다. 이 M&A는 충분히 조건부를 달아 해결할 수 있으며, 그렇게 정책적 의지로 가능함에도 권력 눈치를 보면서 침묵하고 시간을 끄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 페이스북. 그는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한 것과 같은 취지로 21일 오후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