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혜미 기자
2015.10.13 09:26:43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한때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 스타일이었던 덥수룩한 턱수염은 짧고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검정색 크루넥 티셔츠와 통이 좁은 청바지, 발목 위로 올라오는 겨자색 스니커즈에 스마트 워치까지. 지난 8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복귀한 뒤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타난 잭 도시(38) 최고경영자(CEO)의 달라진 모습은 그의 새로운 마음 가짐은 물론 앞으로 트위터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는 듯했다.
트위터의 명성을 되돌려놓기 위한 도시의 첫 계획은 ‘구조조정’이다.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위터는 이번 주 사내 전 부서를 대상으로 기술인력 중심의 대규모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추진 중이던 샌프란시스코 본사 확장 계획은 무기한 중단된다.
그동안 많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트위터가 과대평가돼있다고 지적해왔다. 트위터가 증시에 상장되기 직전인 지난 2013년 2분기 트위터의 총 인력 수는 2000명 정도였지만 2015년 3분기에는 약 4200명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 수는 오히려 50% 줄었다. 지난해 트위터의 비용 및 경비는 37% 증가한 6억330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냅챗이나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많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등장했으나 트위터는 여전히 빠른 뉴스를 전달하는 데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트위터에 남긴 유명인사들의 트윗은 뉴스나 방송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 지진이나 글로벌 위기 등에 대한 공지에 있어서도 유용하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브라이언 블라우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은 언제나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트위터 복귀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화려하게 복귀했던 스티브 잡스와 자주 비교된다. 그 역시도 2008년 공동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났고, 이듬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를 창업한 전력이 있기 때문. 앞으로 그는 이용자 수 확대와 광고수익 증대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을 통해 실제로도 잡스처럼 트위터를 위기에서 구출해낼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향후 도시가 추진할 개혁에 대해서는 임시 CEO일 당시 그가 강조했던 발언들을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지난 6월 IT전문지 리코드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에 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으며 8월에는 스스로 그같은 생각에 맞춰 트위터의 제품팀을 재구성한 바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역시 이같은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가 물러난 뒤 트위터에는 ‘혁신’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크다. 실제로 도시는 임시 CEO직을 맡은 이후 140자 글자 수 제한 폐지를 검토하는 등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업계에선 특히 애덤 베인 최고운영책임자(COO)와의 결합이 “공황 상태에 빠진 트위터를 일으켜세울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트위터 주가는 지난 5일 오전 26.99달러에서 9일 30.85달러(종가)로 올랐다.
한편 모바일 결제기업 스퀘어의 동시 경영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자동차 CEO처럼 동시에 여러개 기업을 큰 탈 없이 경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는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양사의 CEO가 된지 3개월이 됐다. 현재 나의 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리하고 강하며 결단력있는 지도자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