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못갚아 8~9등급으로 추락한 소액연체자…신용회복 기간 3년→1년 단축
by김동욱 기자
2015.09.20 13:17:10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직장인 김준원(31)씨는 지난해 1월 신용등급이 기존 3등급에서 8등급으로 무려 5단계나 떨어졌다. 카드값 25만원을 실수로 3개월 이상 못 갚은 게 화근이 됐다. 밀린 카드비를 다 갚은 지는 이미 오래지만 김씨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8등급에 머물러 있다. 한 순간에 저신용자로 떨어진 김씨는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새로 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물론 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은 꿈도 못 꾼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 매달 일정 소득이 있지만 정작 은행 거래가 어려워 신용등급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25만원을 못 갚은 것 치곤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견줘 개인의 신용평가 체계가 상당히 허술하다. 신용등급이 주로 연체실적과 같은 부정적 정보를 기준으로 매겨지다 보니 김씨처럼 소액이라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력이 있으면 신용등급은 뚝 떨어지지만 이를 다시 올리는 데는 2~3년씩 걸린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인 신용평가 체계가 대폭 개선돼 김씨와 같은 소액연체자는 1년간 금융 거래 연체가 없으면 곧바로 이전 신용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또 통신비, 전기료와 같은 공공요금만 잘 내고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신용도에 상응하는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의 신용평가 관행을 개선한다고 20일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앞으로 신용조회회사(CB)가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때 금융거래 정보 외에도 통신비·공공요금·국민연금과 같은 비금융 거래정보를 반영하도록 한 점이다. 금융 거래가 없더라도 공공요금만 잘 내면 이를 신용이 좋아진 증거로 보고 CB사가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때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내년 1분기(1~3월)에 도입된다. 혜택을 보려면 신용등급을 매기는 나이스신용평가와 코리아크레딧뷰 2곳 홈페이지에 접속해 통신비, 공공요금 등의 6개월 납부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6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으면 가점 5점을 얻고, 36개월 이상이면 신용점수 50점이 올라간다. 금감원은 가점 5점이 반영되면 대략 320만명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통신비를 연체 없이 잘 내면 혜택을 받지만 반대로 통신비를 못냈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진 않는다. 금감원은 CB사가 가점을 줄 때만 비금융 거래 실적을 이용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2017년 이후엔 금융소비자가 직접 서류를 내지 않더라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비금융 거래정보 보유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정보제공에 동의한 소비자의 납부정보를 CB사에 정기적으로 제공하도록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연체는 없지만 신용거래 실적이 모자라 대부분 4~6등급으로 낮게 평가된다. 대략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20대는 신용등급이 낮아 급전을 빌릴 때 대부분 금리가 연 20~30%대인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는데 앞으로 비금융거래 실적만 좋아도 신용등급이 개선돼 은행 이용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최대 420만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소액연체자는 올해 말부터 신용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지금은 30만원 미만의 소액이라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등급이 8~9등급으로 떨어진다. 연체 대출금을 갚아도 상당수는 3년간 7~8등급이 유지돼 은행 대출은 꿈도 못 꾼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액연체자는 1년간 연체 없이 금융거래를 하면 곧바로 연체 이전의 신용등급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당장 올해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김씨처럼 이전에 연체 대출금을 받은 사람도 곧바로 신용이 회복된다. 금감원은 소액 장기연체자 3만7000명 가운데 1만명이 이번에 은행 이용이 가능한 6등급으로 신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새희망홀씨와 같은 서민대출 성실상환자에 대해서도 신용평가 때 가점을 줄 예정이다. 또 앞으로는 카드 현금서비스를 한도를 다 채워 받더라도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는다. 현재 현금서비스 한도가 80% 이상인 110만명 중 대략 35만 6000여명의 신용등급이 이번 조치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