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9.10.06 09:30:25
美 HRH컨스트럭션, 벡텔·파슨스
중동 S&C인터내셔널, 국내 MBK파트너스+SI 등 거론
해외매각에 대한 부정적시각 커
[이데일리 윤진섭 배장호 온혜선기자] 대우건설 우선협상 후보 4곳이 선정된 가운데 인수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5일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후보자로 4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인수금액 등은 밝히지 않아 시장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시장 의견을 종합해 보면 미국계 건설사인 HRH컨스트럭션, 벡털, 파슨스 중 2곳, 사우디아라비아 투자회사인 S&C인터내셔널,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우선인수협상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HRH컨스트럭션社는 1925년 설립된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부동산·건설회사다. AT&T 센터, 트럼프 타워 등을 건설했고, 지난 2004년 한국토지공사와 인천 경제자유구역내 관광레저분양 개발을 위한 30억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회사인 S&C인터내셔널그룹은 국내에 법인을 두고 사우디의 세드코 그룹, 다르알살람 홀딩그룹, 카타르 바르와그룹 등의 투자자본을 운용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12년 말까지 새만금 입구인 비응도 4만8900여㎡에 3000억원 규모의 47층 짜리 호텔,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회장이 주도하는 한·중·일 합작 사모펀드로 운용 자산은 3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MBK파트너스가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 손잡고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수도권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C&M)의 경영권을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인수한 국내 대표 사모펀드다. 또 지난 5월에는 골드만삭스와 공동으로 일본의 세계적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노무라증권,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한 관계자들은 일제히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유럽계 사모펀드 퍼미라 등 해외사모펀드나 제3의 후보가 인수 후보군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은 국내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은 채 국내 사모펀드와 해외업체들의 경쟁구도로 형성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장의 관심은 인수의향서에 적혔을 인수가격이다. 매각 주관사 등은 인수 대금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주당 2만2000원~2만5000원 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건설 주가는 1만4200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당초 계획대로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매각할 경우 주당 ▲2만2000원일 경우 3조5800억원 ▲2만5000원일 경우 4조원 넘게 받는다.
현재 추진 중인 금호 측의 자구계획을 감안하면 이 정도 가격을 받을 경우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문제는 해외매각에 대한 대우건설 안팎의 부정적 기류다. 당장 대우건설 노조는 해외 투기자본이 포함된 인수후보군의 실사는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설령 이번 후보군에 전략적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해외 투기자본이 포함된 상황에서 실사 진행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실사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가격 중심으로 매각이 이뤄져 해외펀드에 대우건설이 팔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고 있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펀드는 기업을 직접 소유·운영하면서 가치를 높이는 것 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일 확률이 높다"며 "(해외펀드에 대우건설이 매각되면) 대우건설의 영업력 및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대우건설에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투기자본이 아닌 벡텔·파슨스 등 전략적 투자자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 역시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긍정적 시각은 이들 SI에 인수될 경우 대우건설이 안정된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부정적 시각은 결국 대우건설은 하청업체로 전락해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벡텔, 파슨스 등이 굳이 시공사를 거대자금을 들여 인수할 필요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고 전제한 뒤 "대우건설이 글로벌 기업의 하청업체가 되면 단순 도급 공사 비중이 커지고 복합개발 등 독창적인 사업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