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리고 영어실력 선물받아 왔어요

by조선일보 기자
2008.01.10 12:39:00

봉사하러 떠난 ''워크캠프''

[조선일보 제공] “부우고기”, “기치 보쿠바”….

터키 어린이 몇 명과 다양한 피부색의 젊은이들이 모여 정체불명의 단어를 발음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들 앞에는 불고기와 김치 볶음밥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앞에 선 한 한국 청년은 영어로 열심히 한국 요리를 설명하는 중이다. 지난해 초 터키 예니 사크란의 한 워크캠프(work camp) 중 열린, ‘코리안 나이트(Korean Night·한국의 밤)’라는 소박한 파티의 한 장면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각종 비영리단체(NGO) 주최의 청년 자원봉사 활동을 통틀어 ‘워크캠프’라고 칭한다. 그런데 이건 좀 특별한 ‘일터’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국적불문하고 한데 모여 다같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국제적인 장인 것이다.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배낭 하나를 메고 385일간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워크캠프는 이 기나긴 여행에 활기를 더해줬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세계 무대를 집약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종의 ‘도전’ 같은 기분이랄까. 첫 번째 워크캠프는 터키의 에게해가 보이는 조그마한 휴양지 예니 사크란에서 2주간 진행되었던 ‘어린이 캠프(kids camp)’였다. 오전 9시에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서 영어 게임, 수영, 저글링(juggling·공묘기) 등으로 하루를 보낸 후 아이들이 잠드는 밤 10시쯤 되면 공식적인 일과가 끝났다.

▲ 세계 곳곳에서 온 젊은이들이 모인 워크캠프엔 언제나 즐거움과 활기가 넘쳐난다. /김성용씨(왼쪽에서 두 번째) 제공

공식 일과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각국의 자원봉사자들과 ‘지지고 볶는’ 토론 및 친교 시간이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체코,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에서 각각 한 명씩 참가했던 워크캠프의 토론장은 각국 외교 정상들 간의 각축장을 방불케 했다. 나름대로 고르고 고른 문장을 그들 앞에 내 놓을라 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I don’t think so)”라는 ‘태클’이 들어왔다. 그 후로 난 영어를 악으로 익혔다.

터키 이후에도 여행은 계속돼 남미 페루까지 이어졌고 그곳에서 열린 두 번째 워크캠프에 참석하며 ‘세계화 에너지’는 배가되었다. 페루 워크캠프에는 유독 유럽 친구들이 많았다. 독일에서 온 베라(Vera)와 영국 웨일스의 딜리(Dilly)·다피드(Dafyd) 커플, 프랑스인 마르탱(Martin) 등은 페루에서의 워크캠프를 마치고 헤어질 때 “나중에 꼭 우리 집에 놀러 와야 해. 내가 재워주고 먹여 주고 다 해줄게”라고 어깨를 두드렸다.

그 후 유럽에 갔을 때 이 친구들은 워크캠프에서의 인연으로 아무 대가 없이 날 맞아줬다. 덕분에 그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 가고 하우스 파티(house party)에 참가했으며 심지어 마르탱의 대학 수업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사색기행’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여행을 일컬어 ‘전방위적 경험의 총체’라 했다. 물과 기름 마냥 ‘나’와 여행지가 융화되지 못하고 그저 겉도는 느낌이 싫었다면, 워크캠프에 눈을 돌려봄 직하다. 여행을 통해 넓은 안목은 물론 세계라는 무대로 뛰어 나가갈 수 있는 자신감까지 마련한다면 젊은 시절 ‘집 밖’에서 보낸 며칠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유네스코 청소년팀(www.youth.unesco.or.kr) '이나 '국제 워크캠프 기구(www.1.or.kr) ' 사이트엔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워크캠프 일정 및 참가방법이 올라와 있다. 도로 보수, 유적지 관리 등 '육체 노동형' 워크캠프부터 어린이들을 돌보는 '교육형 캠프', 축제 진행요원이나 벽화 그리기 같이 나름의 창의성을 요하는 워크캠프까지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일찍 지원할수록 뽑힐 확률은 높아진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인기 지역은 최소한 4, 5개월 전에는 신청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방학 때 진행되는 캠프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필수다. 한편 행사에 닥쳐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틈틈이 홈페이지에 들러 체크하는 '성실성'도 갖춰야 한다. 국제 워크캠프 기구 홈페이지에는 현재(1월 4일)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벚꽃 축제, 1월 8일부터 호주·뉴질랜드 전역에서 2주 단위로 진행되는 친환경 자원봉사, 1월 5~20일 네팔 고다와리에서 열리는 벽화 그리기 캠프, 2월 11~22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어린이 캠프 등 수십 개의 '신청 가능 워크 캠프' 명단이 올라가 있다.



금전적 지원은 일체 없다. 오히려 지원자가 캠프기간 동안 먹고 잘 비용을 주관 단체 측에 지불해야 한다. 보통 2주 정도의 워크캠프에 30만~40만원의 참가비가 들어가는데 여기에 숙박과 식사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