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전문가 진단] 실수요자 심리부터 안정시켜야

by조선일보 기자
2006.11.03 10:23:38

주택공급 확대·분양가 인하 등 구체적 대안 제시
“집값 떨어진다” 헛공약 남발 정부정책 절망감이 더 악화
미국은 공급 늘려 집값 하락 한국은 가격이 급등하는 데도
서울 주택공급 절반으로 급감

[조선일보 제공] 수도권의 집값 이상 폭등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책임자들이 근거도 없이 “조만간 집값이 떨어진다”는 식의 헛공약을 남발, 정책의 신뢰성 추락을 자초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쟁이처럼 근거 없는 집값 안정론을 설파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주택공급 확대, 분양가 인하 방안을 제시해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책의 신뢰성 상실이 폭등의 원인=영산대 서정렬 교수는 “현재의 집값 급등은 투기세력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절망한 실수요자들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교부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내년에 정부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양도세·보유세 인상과 같은 수요 억제정책에 너무 치중, 주택공급을 감소시켜 집값 폭등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정부가 수요억제 정책과 함께 주택공급을 확대시켰다면 집값은 이미 잡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파트 입주량이 서울은 2004년 6만 가구에서 내년에는 3만 가구로, 경기도는 12만 가구에서 내년 6만6000 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경우, 금리 조정 외에 전혀 규제를 가하지 않았지만 9월부터 집값이 본격 하락하는 등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공급이 계속 증가해 결국 집이 넘쳐나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을=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신도시는 수도권에서만 10여 개나 된다.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 외곽에 위치,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신도시가 공급되지 않으면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임대주택단지로만 건설되고 있는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를 활용, 일반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수요가 많은 강남권에 대해 지나치게 재건축을 규제해 강남권의 집값을 계속 올리고 있다”며 “개발이익 환수 방안도 마련된 만큼,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미리 확정, 불안 해소해야=공급확대와 함께 분양가 인하 방안도 필요하다. 서정렬 교수는 “공급확대 못지않게 분양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 줘야 한다”며 “향후 분양될 공공택지의 분양가를 미리 확정,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른다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으면 자칫 시장만 요동치게 할 수 있는 만큼, 좀더 심사숙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해야=정부가 주택이 부족한 수도권의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낮은 용적률을 고집한 것도 분양가를 급등시켰다.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을 나타내는 용적률이 낮으면 도시가 쾌적해진다. 그러나 토지 비용이 올라가 분양가가 높아지고 지을 수 있는 주택수도 대폭 줄어든다. 주택이 부족한 수도권의 판교 신도시(용적률 159%)와 은평 뉴타운(150%)의 경우, 분당(184%), 평촌(204%)은 물론 땅값이 싼 대전 가오지구(220%)와 대전 노은2지구(220%) 등 지방 신도시보다도 용적률이 훨씬 낮다. 장성수 박사는 “환경친화적 신도시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분양가는 치솟고 주택공급량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최근 전원주택 중심에서 고밀도 개발로 전환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정책당국자들이 점쟁이처럼 집값 예측을 남발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통계를 통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