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만 기자
2005.09.21 10:13:51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다시 인상함으로써 시장의 큰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됐다. 카트리나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해 연준은 `일시적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카트리나로 인한 성장둔화 효과는 정부의 복구노력으로 상쇄될 수 있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를 통제함으로써 미국 경제가 물가안정속에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언급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연말까지 남은 두차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현재 3.75%인 금리수준은 4.25%까지 오르게 된다.
연준의 방침에 따라 카트리나 이후 지속된 금리논쟁은 일단락됐지만 금리동결에 대한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지속적 금리인상 기조를 받아들이면서도 향후 추세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연준은 카트리나 쇼크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강화시켰다. 지난달 발표문에서 "잘 억제돼 있다(well contained)"고 언급했던 인플레 기대심리에 대한 평가는 이번에 "억제돼 있다(contained)"로 수위가 조절됐다.
연준은 "높아진 유가 및 기타 비용이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가할 잠재성(potential)을 갖고 있다"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연준이 성장둔화 보다는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장에서는 앞으로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금리선물도 올해 적어도 한차례 이상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돌아섰다.
베어스턴스의 존 라이딩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11월1일과 12월13일 FOMC 회의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우드는 "11월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포함, 연준이 4.5%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카트리나 쇼크로 금리정책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감소와 소비위축이 예상외로 심각할 경우 동결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연준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준도 FOMC 발표문에서 "멕시코만 지역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피해와 경제활동의 차질 및 에너지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소비지출과 생산 및 고용의 후퇴가 수반될 것"이라고 지표 악화 가능성을 인정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금리인상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10명의 FOMC 위원중 마크 올슨 연준 이사는 금리를 3.5%로 동결하자고 주장하며 그린스펀 의장에 반기를 들었다. FOMC에서 만장일치 관행이 깨진 것은 2003년 6월이후 2년여만에 처음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연준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올슨 이사의 동결주장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90년대 중반 연준 부의장을 지내 앨런 블라인더는 "올슨 이사는 금리인상의 유일한 반대자가 아니라,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유동성을 조이고 시중자금을 금융권으로 빨아들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20일 상승세를 타던 뉴욕증시는 연준이 지속적 금리인상 방침을 밝힌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와 나스닥, S&P500 등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0.6~0.8%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금리인상으로 채권수익률을 큰 폭으로 올랐고 달러는 주요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는 해외자본 유입에 긍정적이지만 경제성장과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금리인상이 시장에 우울한 메시지만 남긴 것은 아니다. 카트리나 쇼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은 미국 경제성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57명의 이코노미스트은 3분기 미국 경제가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카트리나 발생전 전망치 4.1%보다는 0.5%포인트 하락한 것이지만 성장추세 자체가 꺾이는 수준으로 보기는 힘들다.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 3.8% 성장에서 2분기 3.3%로 하락했고, 3분기 3.6% 성장은 반등의 의미를 갖는다.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부동산 시장에는 냉기류가 예상된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은 모기지 금리를 상승시키고, 이는 기존 대출금 상환 압력과 신규자금 수요 감소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악재로 미국 주요 주택업체들의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톨 브라더스는 6.32%, KB 홈스는 3.94%, 메리티지 홈스는 7.38%의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재해복구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부시 행정부는 646억달러의 복구자금 투입을 승인했고 의회는 복구 및 구호비용이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경우 앞으로 다가올 3분기 어닝시즌에서 기업실적을 통해 다시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