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6.06.28 13:16:03
DL이앤씨, 사우디 추징금 당일 공시…불복 논리도 제시
서진시스템은 베트남 세금 납부 이후 뒤늦게 정정보고서 반영
같은 해외 과세 리스크에도 정보 제공 시점·충실성 엇갈려
단기 주가 하락 막으려다 투자자 신뢰 잃을 수도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증권가에는 이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악재가 공개되면 시장은 이를 가격에 즉시 반영하지만, 정보가 지연되거나 불완전하게 제공되면 투자자는 리스크의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실체가 가려진 불확실한 악재가 시장의 과도한 공포를 자극해 기업 가치를 크게 추락시킬 수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해외 과세 리스크가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이를 대하는 기업들의 극명한 공시 시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세 처분에 불복하는 것은 같았지만, 코스피 상장사 DL이앤씨(375500)는 통지 당일 관련 사실과 대응 논리를 시장에 즉시 설명한 반면, 코스닥 상장사 서진시스템(178320)은 대규모 세금 납부가 끝난 후에야 분기보고서 정정을 통해 사후 반영하는 데 그쳤다.
DL이앤씨는 지난 6월22일 사우디 과세당국으로부터 8533억원 규모 법인세 추징 통지를 받은 당일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부과금액은 자기자본의 16.27%에 해당한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상 대규모법인 기준 ‘벌금 등의 부과’ 수시공시 요건을 넘는 규모다. DL이앤씨의 공시는 투자자에 대한 특별한 선의라기보다 상장사로서 해야 할 수시공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성격이다.
다만 공시 내용은 단순한 금액 고지에 그치지 않았다. DL이앤씨는 부과기관, 부과금액, 자기자본 대비 비율, 확인일자와 함께 회사가 과세 처분을 부당하다고 보는 근거를 제시했다. 부과 제척기간, 이중과세 가능성 등을 불복 논리로 상세히 설명했다. 현지 불복 절차와 국가 간 상호합의절차, 불복 절차 중 납부 유예 가능성 등도 공시에 담았다. 처분 사실과 회사의 반박 논리를 시장에 구체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지, 회사가 어떤 논리로 다툴 예정인지,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서진시스템은 지난 2월에 처음 발생한 베트남 자회사 세금 리스크를 기존 1분기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가 6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정정하며 반영했다. 분기보고서 정정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세금 문제를 인지하고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뒤였다. 서진시스템은 지난 25일 자회사 서진베트남이 지난 2월6일부터 5월18일까지 약 1182억5600만원 규모의 수입 부가가치세 등 부과통지를 받았다고 1분기 보고서를 정정 공시했다. 4월22일부터 5월2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를 납부했다. 6월11일에는 지연가산금 380억700만원에 대한 은행보증서도 발급받았다. 회사는 납부금액 중 1013억400만원 상당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진시스템의 세금 리스크는 단순한 통지 단계에 머물지 않았다. 실제 납부와 은행보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93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베트남 자회사가 납부한 세금은 1182억원에 달했다. 1분기 말 유동부채는 1조5485억원으로 유동자산 1조3575억원을 웃돌았고,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42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과세 처분에 불복해 환급을 신청해 다퉈보는 것과 별개로, 투자자에게는 실제 현금 유출 여부가 중요한 판단 변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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