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했는데 돈 내라고?" 사장님 절망시킨 세금의 정체[세상만사]

by김정민 기자
2025.07.19 11:03:55

가게 문 닫자 날아든 세금 고지서 ‘폐업 부가가치세’
처분하지 못한 가게 비품, 세금 혜택 토해내야
폐업한 다음해 5월 종합소득세 납부 잊지 말아야
회사 청산해도 회수한 투자금에 소득세 부과

[최희유 청아세무회계 대표 세무사]‘폐업 100만 시대’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에만 개인과 법인을 합쳐 무려 100만 8000곳이 넘는 사업장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사상 최대다. 특히 그 칼바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매업과 음식점업에 매섭게 몰아쳤다.

최근 만난 P사장님도 폐업 100만 시대 희생자중 한명이다. 3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작은 카페 문을 닫기로 결심한 그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권리금도 포기한 채 가게를 정리하고, 남은 커피 머신과 테이블을 중고로 팔면서 “이제 정말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몇 달 뒤, 세무서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세금 고지서’ 한 통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아니, 가게도 없어지고 매출도 없는데 세금을 내라니요? 그것도 이렇게 많이요?”

P사장님을 절망시킨 세금의 정체는, ‘폐업 부가가치세’다.

P사장님은 가게 문을 닫으면 모든 세금 신고도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가장 급하고 무서운 현실을 알려줘야 했다. 바로 ‘폐업 부가가치세’다. 폐업 부가가치세 신고는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 반드시 마쳐야 한다. 이 기한을 놓치면 무거운 벌금이 추가된다.

더 큰 문제는 처분하지 못한 커피 머신이나 테이블 같은 비품, 그리고 팔지 못한 원두 같은 재고, 즉 ‘폐업 시 잔존재화’다. 우리 세법은 이 남은 물건들을 사장님 자신에게 모두 판 것으로 본다. 국세청은 과거에 이 물건들을 사면서 받았던 세금 혜택을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결국 P사장님은 중고로도 처분하지 못한 물건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한 번에 내야 했다.

이것이 폐업하는 사장님들이 세금문제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좌절하는 지점이다. 폐업을 결심했다면, 구청이나 세무서에 폐업 신고 도장을 찍기 전에 미리 부가가치세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 남은 재고를 어떻게, 얼마에 처분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폐업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P사장님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를 더 막막하게 만든 것은 내년에 또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그가 폐업한 6월까지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폐업한 다음 해 5월에 해야 한다.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잊고 있다가, 나중에 가산세까지 더해진 세금 폭탄을 맞고 후회한다.



만약 P사장님이 개인이 아니라 법인 사업자였다면,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법인은 단순히 문을 닫는 ‘폐업’이 끝이 아니라, 회사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청산’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재산을 주주들이 나눠 갖게 되는데, 처음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게 되면 그 차액에 대해 ‘소득세’를 또 내야 한다. 회사가 망해 문을 닫았는데 소득세를 내라니, 사장님들이 두번 상처 받는 이유다.

P사장님은 “가게 문 닫는 것도 서러운데, 나라가 세금으로 확인 사살을 하네요”라며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