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홀대되나”…총선 앞두고 업계 ‘근심’
by김경은 기자
2024.03.24 14:35:07
“비례대표 명단에 중소·벤처업계 인물 없다” 지적
오세희 전 소공연 회장 유일…나머지 당선권 밖
관련 단체 인재 추천 없어…“업계 배려 못 받아”
경선에선 한무경 의원만 살아남아…줄줄이 탈락
21대 총선과 대조…“업계 목소리 누가 반영하나”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4·10 총선을 앞둔 중소·벤처기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중기·벤처업계 출신 인사들의 22대 국회 입성 가능성이 낮게 예상되면서 업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비례대표 영입 과정에서도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아 일각에선 홀대론이 제기된다.
24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계를 대변할 인물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에는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거의 오르지 못했다.
유일하게 당선권에 든 건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으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7번에 배치됐다. 다만 오 전 회장은 사의를 밝힌 후에도 회장 신분을 유지한 채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고 일부 단체장들로부터 후보자 지지 선언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의미래에서는 이승현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영상제작협동조합 이사장과 이덕재 전 전국상인연합회 청년위원장이 각각 26번, 34번에 이름을 올렸으나 통상 당선권으로 꼽히는 20번 이내에는 배치되지 못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인사가 대거 앞번호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에 인사 추천을 요청했으며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등이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관련 요청이 없었으며 이 이사장의 경우 중기중앙회 추천이 아닌 개별 영입을 통해 후보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계 인사가 너무 없어 정책 반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비례대표 영입 과정에서 업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미래에서는 관련 인사들이 비례대표 당선권에도 들지 못했다”며 “면피용으로 관련 인물 한두 명을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넣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선에서도 무더기 탈락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출신 비례대표 가운데 공천에서 살아남은 의원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유일하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지낸 한 의원은 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으며 이번 총선에서 경기 평택갑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반면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에 출사표를 던져 하태경, 이혜훈 후보와 경선을 치렀지만 결선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중기벤처부 차관 출신인 김학도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국힘 충북 청주흥덕 1차 경선에서 컷오프(경선 배제)됐다.
2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현역의원들도 차기 국회 입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년간 국회에서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전문가로 활약했지만 지역에서는 인지도나 지지 기반이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불출마를 선언하며 재선의 꿈을 접었다. 당초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해 왔던 최 의원은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수용해 경기 광명갑으로 지역구를 옮겼지만 20여일 만에 경선을 포기했다.
민주당에서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 출신인 이동주 의원이 인천 부평을 경선에서 패배했다. 같은 당 김경만 의원 역시 광주 서구을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