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폐지’ 임박…우리에겐 어떤 영향 있을까

by김현아 기자
2017.12.14 09:00:00

14일(현지시간) FCC 표결..통과 확실시
미국 통신사들(ISP), 망중립성 사전규제에서 벗어나다
우리나라는 큰 영향 없지만 제로레이팅 논란은 가속화될 듯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망중립성 폐지’를 담은 최종안(Restoring Internet Freedom)을 두고 표결한다. 아짓파이 FCC 위원장이 주도한 것인데, 5명의 FCC 위원 중 3명이 공화당 출신이어서 통과가 확실시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망중립성이 폐지되더라도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법으로 유·무선인터넷서비스사업자(KT,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를 기간통신사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 강국 미국에서조차 망중립성이 폐지된 만큼, 5G 통신망 구축과 맞물려 네트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망중립성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얘기가 나올 순 있다.

특히 통신사가 콘텐츠 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로레이팅(Zero Rating)’이 활성화되면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출처: FCC 홈페이지)인도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연방정부 변호사로 여러 직책을 맡았다. ‘자유시장’과 ‘규제 최소화’라는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강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1년~2003년까지 미국 1등 이통사인 버라이즌에서 고문 변호사로 일한 바 있다.
해당 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유·무선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기간통신사업자(커먼캐리어, 타이틀2)에서 부가통신사업자(정보서비스사업자, 타이틀1)로 법적지위가 바뀌고 ▲차별 및 차단 금지 같은 망중립성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AT&T나 버라이즌, T모바일 같은 미국 통신사들은 FCC의 눈치를 보지 않고 특정 콘텐츠와 제휴해 데이터 요금을 차감해주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AT&T의 DirecTV Now, 버라이즌의 Go90같은 서비스들이 다양해지고 늘어날 수 있다.

미국에서 유료방송인 OTT(인터넷기반방송)이라고 해도 100달러 내외인데, 이들 상품은 데이터 차감 없이 35달러면 볼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는 유리하다. 하지만, 제휴되지 않은 콘텐츠들을 차별해 망중립성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오바마 정부 FCC는 그래서 망중립성 위반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FCC는 망중립성을 폐지함으로서 미국 통신사(ISP)들은 사전 규제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앞으로 미국 통신사들은 연방통신위원회(FCC)대신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사후 규제를 받는다. 관할법령도 통신법이 아니라 경쟁법이나 소비자보호법 관할로 바뀐다.

조대근 잉카리서치앤컨설팅 대표는 “아짓파이 FCC위원장이 망중립성을 폐지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사전 규제를 풀어 ISP의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 때 FCC는 콘텐츠(CP)가 활성화돼 콘텐츠를 잘 만들면 이용자 수요가 늘고 이용자 수요가 늘면 증가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ISP가 투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지금은 규제를 풀면 ISP가 직접 투자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중립성 주요 내용(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편 우리나라는 ISP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했고,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로 망중립성·플랫폼 중립성의 개념을 담고 있다. 통신사(KT,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나 대형 포털(네이버, 카카오 등)들이 CP등과 거래할 때 불합리한 조건을 붙이거나 부당하게 차별하면 방통위로부터 규제받는 것이다.

또 이와 별도로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이라는 가이드라인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최근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선 해당 가이드라인 중 기술적 망관리 원칙 부분을 법으로 끌어올리는 정부 수정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에서의 망중립성 폐지와 별개로 우리나라는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가이드라인 중 지연금지(기술적 망관리)에 대해선 이견이 없어 법(유승희 의원 법안 수정안)으로 상향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불합리한 차별금지에 대해선 ‘제로레이팅’까지 포함돼 찬반 양론이 있고 신중할 필요가 있어 법안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FCC. 가운데가 아짓파이 위원장이다.(출처:FCC 홈페이지)
따라서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는 국내에서 ‘제로 레이팅’ 논란을 수면위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구글도 자체망을 구축해 직접 쓰는 시대인데 통신사업자들만 망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공정한 것”이라며 “도로위의 수만개 센서와 자동차가 통신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자동차 회사와 통신사가 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BM)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사)오픈넷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픈넷은 미국이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면 국내에서도 중소 인터넷 기업의 부담 가중과 제로레이팅 요금제의 보편화가 우려된다며, 19일 저녁 7시 30분부터 ‘망중립성 미래는?’을 주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에서 관련 포럼을 연다.

12월 19일 (사)오픈넷포럼 논의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