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정치인]김영주 “진짜 노동개혁은 근로시간 단축”

by강신우 기자
2015.10.16 09:04:23

[이데일리 선상원·강신우 기자]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에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근로기준법에는 5일 8시간씩 40시간으로 돼있다. 진짜 노동개혁은 근로시간 단축에 있다. 그래야 청년 실업도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사진=김정욱 기자)
여야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각각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6일 노사정위 합의를 반영해 주당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에다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포함한 주당 60시간의 근로시간 단축법안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정치연합은 근로기준법과 법원 판례를 감안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토·일요일 빼고 60시간이라면 하루에 12시간 일하는 거다. 60시간이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로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를 제시했다. 연구원이 지난달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10만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주당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면 최대 6만 7000명, 52시간으로 단축하면 27만 2000명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1시간이다. OECD 평균(1671시간)보다 400시간이나 많다.

김 위원장은 “현행법상 최대 근로시간 52시간보다 오히려 8시간 늘어난 60시간은 맞지 않다. 하루 8시간, 10시간으로 줄이면 주 5일 기준으로 평균 12~20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인풋(input) 공간이 생긴다. 여기에다 정부의 청년 채용 지원금과 기업의 재원을 결합해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사정 합의 당시 뜨거운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무관하고 법률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정년 연장법이 통과될 당시 대부분의 금융업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청년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다”며 “임금피크제는 노사 자율로 사업장에 따라서 해야지 일률적으로 할 수는 없다. 지금 3D 업종은 사람 구하고 싶어도 못한다. 숙련공한테 임금을 줄인다고 하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와 일반 해고 요건을 행정지침으로 제도화하는 것도 부정적이다. 근로자의 60%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있는 상황에서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면 고용의 질이 더 나빠질 거라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헌법에서는 해고, 임금 같은 근로조건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행정부 지침으로 근로조건을 규율하겠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위원장이기 때문에 회의는 중립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노동조합 출신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여야 의원들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새천년민주당 출범 당시 그에게 노동분야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청와대 노동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곤 2004년5월 제17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17대에는 환노위 위원을 맡았고, 19대 재선을 하고서 정무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쳤다.

김 의원의 방에는 농구공 하나가 유리상자에 안에 놓여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농구는 국회의원으로서 그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우리 세대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운동한 것을 다 숨기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무학여중은 농구 특기생을 뽑았다. 무학여고를 졸업할 땐 실업팀이 은행만 있었는데 다들 체대나 사회로 나갔다. 나는 신탁은행 실업팀에 들어갔다.”

농구공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거울과 같다. 그가 끈질기게 여성노동권 신장을 놓지 않았던 건 농구로 기른 기초 체력 때문이다. 실업팀을 나와 은행 창구업무를 봐야 했던 그는 운동선수여서 당했던 무시를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지점장이 아무 일도 시키지 않자 혼자서 돈 세고 주판을 배웠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스포츠정신은 어디에나 통한다”는 김 의원.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게 바로 농구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노력한 만큼 얻어야 한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언론에 얼굴 비추는 게 좋다 한들 유권자는 진심을 다 안다. 말 잘하는 정치인보다는 투명하게 페어플레이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김 의원의 앞에는 노동개혁이라는 숙제가 놓여 있다. 그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당리당략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인기영합은 더더욱 안 된다. 우리나라 20·30대 근로자의 고용절벽을 해소하는 길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12월초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에 상관없이 청년 일자리에 맞는 법안이라면 우선 입법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