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혁 기자
2012.09.21 11:34:14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외국인학교는 별다른 홍보를 안해도 줄서서 기다린다.”
최근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재벌가 3세 등 부유층 상당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외국인학교는 ‘해외 명문대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녀를 불법 입학시키는 일이 흔해졌다.
외국인학교는 당초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를 위해 만들어졌다. 외국인학교의 교육과정은 주로 미국학교와 비슷하게 운영된다. 때문에 자녀를 미국에 보내지 않더라도 조기유학 효과를 거두면서 해외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학교가 들어서기 시작한 10여년 전부터 부유층 사이에서 ‘국내유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A외국인학교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외국인학교는 미국 교육청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미국 대학을 진학할 경우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실제로 졸업생 상당수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있는 외국인학교는 모두 50개. 이 가운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만 절반이 넘는 30개가 몰려있다. 보통 외국인학교는 학비는 입학금과 수업료를 합쳐 연 2000만원 선이다. 여기다 발전기금 100만원과 통학버스 비용 200만원 등을 합치면 3000만원 가까이 든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일부 부유층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하는 방식으로 가짜 여권을 만들어 입학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온두라스나 니카라과 등 주로 중남미 국가로 가서 여권 브로커와 접촉한 뒤 가짜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받아왔다.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의 소득수준은 높은데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결국 국적세탁이라는 불법까지 저질렀다”며 “일부 부유층의 교육비리는 국민적 위화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부유층이 선호하는 H외국인학교는 지난해 기준으로 283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한국인 학생은 130명으로 45%를 차지한다. 또 다른 S외국인학교도 912명 학생 중 311명(34%)이 한국인이다.
외국인학교 입학기준이 해외에서 3∼5년간 교육을 받았거나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외국 국적자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국인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무늬만’ 외국인학교인 셈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09년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면서 최대 50%까지 내국인 비율을 올려서다.
한 외국인학교 관계자는 “국내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외국에서 공부하다 외국인학교로 유턴한 한국학생도 적지 않다”며 “해외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수시모집 등의 방법으로 국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인학교 논란에 대해 홍득표 인하대 사범대 교수는 “외국인학교 비리가 적발됐다고 한 번 늘린 내국인 비율을 축소한다면 또 다른 입학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내국인에 대해 실제로 자격이 되는지 교육당국 차원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