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는 알고 있다, 백조의 고통을

by조선일보 기자
2007.10.25 10:47:00

클래식 ABC: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듣는 사람은 편해도 연주자는 갖은 기교·호흡 발휘해야

[조선일보 제공] 오보에는 불완전한 악기입니다. 관악 연주자의 숨결이 지나가는 소리의 통로를 ‘리드(reed)’라고 부릅니다. 마치 ‘목이 길어 슬픈 짐승’처럼 오보에는 목관 악기 중에서도 특히 리드가 길고 가냘프지요. 오보에 연주자들은 이 리드를 직접 깎아서 만듭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프로그램인 ‘키핑 스코어’에는 이 악단의 오보에 수석인 윌리엄 베넷(Bennett)이 리드를 직접 깎고 다듬고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베넷은 “우리 오보에 연주자들은 섬세한 소리를 좌우하는 리드를 만드는데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주자들처럼 연습에만 매달리기 힘들다”며 웃습니다.

하지만 오보에는 무척 힘이 센 악기입니다.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치 빈틈 없이 합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엄격한 조율이 생명입니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나온 악장(바이올린)이 교향악단의 음정을 맞추기 위해 지시를 내리는 악기가 바로 오보에입니다. 마치 “기준!”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사관 생도처럼, 오보에의 기나긴 호흡에 다른 현악과 관악기들은 음을 맞춰야 합니다.



▲ 수원시향 오보에 수석 이윤정. /조선일보DB

 
오보에가 아름답게 표현된 관현악은 너무나 많습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우선 그렇습니다. 엄숙하면서도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1악장이 끝난 뒤, 한 줄기 햇살처럼 따뜻한 멜로디가 2악장에서 내리쬡니다. 독주 악기인 바이올린보다 한 걸음 앞서 이 선율을 들려주는 악기가 오보에입니다.

최근 일본 만화와 드라마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에도 오보에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콩쿠르에서 떨어지고 짝사랑에 상심한 모범생 오보에 주자 구로키 야스노리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곡이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K.314입니다. 주인공 치아키가 이끄는 ‘S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 이 곡을 협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