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백종훈 기자
2007.04.11 13:00:00
수수료인하 생색 그치고 제공이자는 쥐꼬리
업무시간 단축추진에 카드·보험사도 `갸우뚱`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한 소비자의 비판글)
은행노조의 영업 시간 단축 요구를 계기로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중은행이 지난해 각각 조단위의 사상최대 이익을 올리고도 수수료인하는 생색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올리면서 예금이자는 쥐꼬리만큼 주고있다며 불만이다.
은행노조(금융노조)의 근무 시간 단축 요구는 타오르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크게 3가지다.
▲ 수수료, 대출이자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친 점 ▲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비해 급여통장 이자가 너무 적은 점 ▲ 평일 근무시간을 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할 것을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이다.
먼저 수수료인하나 대출이자 인하가 생색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이 많이 쓰는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는 내리지 않고 잘 쓰지않는 수수료만 내렸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060000)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줄줄이 대고객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하대상 수수료는 보호예수(금고보관), 수표발행 등 잘 쓰이지 않는 분야에 집중돼 정작 고객이 원하는 `영업시간외 현금인출 수수료` 등은 빠졌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모두 타은행 현금입출금 수수료도 인하대상에서 제외했다.
11일 회사원 김모(35)씨는 "택시비가 아쉬워 밤에 할 수 없이 1~2만원을 뽑는데 500원이상의 수수료를 낸다"며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발표한 수수료 인하란 말이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급여통장으로 쓰이는 보통예금 통장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이자율은 연 0.1~0.2% 수준. 증권사와 종금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3~4%대 이자를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ㅅ은행 관계자는 "급여통장 이탈현상엔 특별한 대책이 없다"며 "이번 CMA 바람이 스스로 꺾이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ㄱ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CMA에 월급을 이체해두고 있다"고 실토(?)했다.
대출 이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평도 많다.
서울 금호동의 최모(58)씨는 "사람들이 많이 빌릴땐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가파르게 올리더니 최근 이용고객이 없다는데도 금리인하 얘기는 못들어봤다"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어떻게 책정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돼 운영되고 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수요감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CD금리가 지난해말부터 폭등한 상태여서 이에 연동하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올라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발표를 계기로 CD 금리는 연 4.60%에서 연 4.96%까지 치솟았고 현재 4.94%를 기록중이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 KB부동산담보대출(고정금리) 이자율은 연 5.74%, 신한 장기 모기지론(변동금리) 이자율은 연 5.94%, 우리은행 아파트파워론Ⅲ(혼합금리) 이자율은 5.76% 수준이다.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이달부터 은행별로 주력 상품을 1개씩 선정해 대출금리 및 산정방법, 중도상환 수수료 및 산정 방법, 원리금 상환방식, 거치기간 등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비교 공시토록 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은행 영업시간 단축 문제다.
금융노조는 지난 9일 공식 성명을 내고 "은행 창구영업 마감시간을 현재 오후 4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해서는 같은 금융업종에서 일하는 카드·보험사 직원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ㅇ카드사 관계자는 "카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도 밤 11시 퇴근하기가 일쑤"라며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은행원이 업무과중을 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ㅅ보험사 관계자도 "금융맨들 사이에서도 은행원에겐 위화감을 느껴왔다"며 "(이번 영업시간 단축 파문으로) 귀족노조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은행 노사간 문제라며 방관하던 금융감독당국도 `만약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 강행될 경우 행정지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금융권에선 은행이 유일한 지급결제창구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해 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고객 불편은 한치도 생각하지 않는 은행원들의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이데일리 등 언론사에 항의전화를 걸어 금융노조를 맹비난했다.
자영업자 박모(59)씨는 "은행원들이 경기 어려운 줄 모른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늦게까지 영업하는데 은행 업무시간 단축이 웬말이냐"고 따졌다.
지난 9일에 이어 10일 금융노조 홈페이지(http://kfiu.inochong.org)는 네티즌의 항의방문으로 수시로 다운됐다. 또 네티즌들은 자유게시판에 비판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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