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승관 기자
2023.03.19 16:56:03
[이데일리 문승관 건설부동산부장] “우리의 미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합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2019년 포브스 글로벌CEO(최고경영자) 콘퍼런스 마지막에 강조한 말이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 인구 증가는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출산율이 낮아지면 국가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은 한국 인구가 2020년 정점(5184만명)을 지나 2021년에는 감소(5174만명)했다고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인구 감소 국가’가 됐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애초 인구 감소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됐으나 7년이나 앞당겨졌다.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인구 증가에 기반을 둬 성장해온 부동산 분야는 치명적이다. 부동산 가치의 3대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유효 수요’는 인구수에 기반을 두는데 한국은 이미 2019년 11월부터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상태에 들어섰다.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론은 지금까지 한국 주택정책을 이끌어온 핵심 개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부동산 정책을 정하는 데 최우선 기조 중 하나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280조원 가량을 쏟아부었으나 지난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이 0.79명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다. 외생 변수와 구조적 한계가 뒤섞인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도 신묘한 해법을 내놓을 리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미래 인구감소의 시대에는 새로운 입주자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부터 점차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확대할 것이다. 기존 정책에 따라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더욱 커지고 주택도 인프라도 수도권에 밀집하고 있지만 미래 인구감소 시대에도 계속 이어질지 미지수다. 그간 주택 폭등기에 새로 조성한 신도시는 대규모 인구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당장 2030세대는 취업이 쉽지 않다. 취업하더라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 출산율 반등과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경제적인 처방 없이 도저히 ‘해결 난망’이다.
부동산 광풍이 잦아든 지금 부동산 정책을 출산 친화적 관점에서 설계하고 인구 감소에 대비한 체제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획기적이고 급진적인 주거 지원정책 마련도 시급하다. 주거 격차를 줄이면서 젊은 세대에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등 지속가능하고 안정적 주거환경을 제공해야 아이를 낳아 키울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집에 불이 났는데도 제비와 참새는 안락에 취해 위험을 모른다’는 연작처당이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언급한 ‘막다른 골목,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아포리아(Aporia)는 현재 처한 인구절벽 시대 우리 부동산 정책의 단면이다. ‘영민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굴을 세 개 파둔다’는 교토삼굴의 복안이 정부에 있는지 못 미덥기만 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저출산 해법은 우리 사회가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다.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