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1억 오르고 매물 쏙…서울 재건축단지 ‘들썩’
by강신우 기자
2022.03.13 13:22:22
압구정현대 매물 보류에 호가 최고 4억↑
목동, 상계동도 재건축 문의 전화 늘어
“똘똘한 한 채 중심 집값 큰 폭 뛸수도”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벌써 1억원씩 호가 올렸고 매물 거두는 분위기예요.”(서울 압구정동 H공인)
서울 주요 재건축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역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약속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는 분위기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곳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으며 겨우내 꽁꽁 언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압구정아파트 지구 내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1억에서 최고 4억원까지 껑충 뛴 데다 매물을 거두는 집 주인이 늘고 있다.
압구정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이미 조합이 설립된 곳이 많아 구현대와 신현대, 한양, 미성 등 약 1만가구 중에서도 매물은 30여개 밖에 안 된다”며 “매수세가 꾸준한데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압구정현대(전용82㎡)는 집주인이 이미 많게는 4억원까지 호가를 올렸고 매물을 보류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동 현대1차(전용면적 196㎡) 아파트는 지난 1월 80억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최고가 64억원보다 16억원 비싸게 팔렸다.
목동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6단지 내 M공인은 “매수 문의전화가 급격하게 늘어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보니 그 전보다 전화가 많이 오는 편”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과 함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하향해 적정성검토 기준을 낮추겠다고 공약하면서 재건축 초기 단계의 단지들은 안전진단 신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상계주공아파트 1∼16단지 가운데 공무원 임대 아파트인 15단지와 재건축 사업을 끝낸 8단지(포레나 노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지가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다. 재건축 사업이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곳은 상계주공5단지로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상태다.
상계동 외에도 하계미성, 중계무지개, 중계주공4단지, 중계건영2차, 태릉우성 등이 최근 재건축을 위한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를 신청했다. 적정성검토를 보류했던 상계주공6단지는 적정성검토 기준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상계주공6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30년 이상된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없애주겠다고 했지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어서 당장 어렵다고 보고 적정성 검토는 배점을 바로 낮출 수 있으니 기준이 완화되면 바로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시장에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신축보다는 구축 집값이 되레 더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2월4주차(28일 기준) 기준 20년 초과 아파트는 107.2로 전주 대비 0.01% 올라 유일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축인 5년 이하는 104.3으로 0.05% 하락했고 5년 초과 ~ 10년 이하도 104.7로 0.01% 떨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40서울도시기본계획 발표에 이어 윤 후보의 당선으로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며 “지금까지 고강도 규제로 수요가 억눌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 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