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BTS에게 직접 들었다...값없게 취급하지말라"
by박지혜 기자
2021.10.01 09:22:5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단(특사) 자격으로 미국 뉴욕 출장에 함께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열정페이’ 논란에 잇따라 분노를 나타냈다.
탁 비서관은 지난달 30일 오후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의 수준 이하를 왜 내가 부끄러워해야 하는가”라고 운을 뗐다.
BTS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문 대통령과 유엔(UN) 총회 특별행사인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모멘트)에 참석하고,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이날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유엔 총회 참석 관련 지출 비용 내역’을 인용해 “정부가 BTS에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 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BTS 등골 빼먹는 문재인 정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그룹 BTS에게 폐플라스틱 넥타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에 대해 뉴욕 출장에 함께한 탁 비서관은 “대통령 특사를 당당하게, 전 세계 청년들을 대표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높여준 그들을 혹사당한 아이돌로 만들어 버리는 무지와 억지를 왜 지켜보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특사의 일정은 사소한 것부터 비공개 일정까지 사전에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그 어느 일정도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술관도, 문화원도 그 어디도 특사들은 함께하길 원했고, 실제로 함께 해주었다”며 “그들은 오히려 특사 활동을 더 하기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니 방탄소년단을 그렇게 값없게 취급하지 말라”며 “그들은 이미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를 넘어섰다. 지금 누구도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무엇을 시킬 수도 막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탁 비서관은 “나는 내내 최소한의 비용만을 허락하는 정부의 규정이 원망스러웠다. 애초에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최소한이라도 받아야 한다며 설득했던 것도 나였다. 그리고 나서 규정에 매여 이런저런 영수증과 증빙을 요구한 것은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이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그 규정과 원칙을 어기고 더 많은, 아니 실은 상식적인 비용을 지불했다면, 과도했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돈 받고 정부 일을 했다고 비난했을지도 모른다”고 부연했다.
그는 “오늘의 논란은 기자의 의도적인 모자람과 꾸준하게 수준 이하인 매체와 여전히 권력이면 아티스트 쯤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권이 만들어냈다”며 “나는 이런 언론 현실에서, 정치 현실에서도 기어이 피어난 BTS가 우리의 대중문화가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또 “그러니 단 한마디라도 아티스트로부터 직접 들어라, 그들이 단 한 순간이라도 이번 특사활동에 불만이 있었는지 힘들었는지 하고 싶지 않았는지 제대로 대우를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멤버 누구에게라도, 소속사 누구에게라도 그러했다는 사실 하나만 가져오면 책임져 주겠다”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은 “나는 들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런 논란이 되어서 아쉽다’고 ‘진짜 열심히 했는데’ (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당신들의 욕망과 선동에 방탄소년단을 끼워 넣지 마라! 그들은 그렇게 이용당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이용당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일(1일)은 국군의 날이다. 모쪼록 이번 논란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서해수호의 날, 6.25,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국가 행사를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생중계하지 않고 있는 TV조선의 생중계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 앞서 같이 출연하는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 글에 앞서 탁 비서관은 “조선일보가 악의적인 오보를 내고 그 내용을 일부 정치인이 받아서 확대, 재생산하는… 이제는 좀 지긋지긋한 일들이 또 한 번 반복되었다”고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지난 UN(유엔) 순방 행사에서 수고한 방탄소년단에게 대한민국이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지불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지만, 정부의 일이란 것이 정해 놓은 원칙과 규정이 있으니 늘 그만큼이라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보와 오보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 무색하게도 방탄소년단의 순방행사 참석과 관련한 규정 내의 비용은 이미 지급했다”며 “그것밖에 못 해주어서 내내 미안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특사와 스태프들의 항공, 숙박, 식비를 사후 정산 형식으로 지원했으며 그 금액 또한 사전에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비용은 정부가 규정 내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용이고 이들의 헌신과 수고에 대한 정당한 비용은 아님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은 “만약 특사들의 활동을 보통의 출연료로 계산한다면 최소 수십억 원 규모일 테고 정부는 규정상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안하고 다행스럽게도 그만한 금액은 소속사도 특사들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여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수고에 대한 감사만으로도 부족한데 이렇게 언론과 정치권이 근거 없는 거짓말과 무지함으로 대통령 특사와 정부를 폄훼하는 못돼먹은 버릇은 언제나 고쳐질는지… 참 모르겠다”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한편, 청와대는 BTS 열정페이 논란에 “이미 정산 완료한 상태”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순방에 함께한 특사단의 항공과 체류 비용 일부를 사후 정산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이미 정산 완료한 상태”라며 “정부와 하이브(BTS 소속사)가 사전에 협의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청와대는 BTS의 특사 활동에 깊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