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교육격차 실태 파악한 교육청은 단 1곳뿐

by김겨레 기자
2020.10.05 08:47:15

교육부·교육청, 이은주 의원실에 제출
성적 분석·교원 설문조사.."적극행정 나서야"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중위권 학생 감소 등 교육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 많지만, 그 실태를 파악한 시도교육청은 전국에서 부산교육청 단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5일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대상으로 ‘코로나19 교육격차의 실태를 파악하거나 정책연구한 현황 및 계획’을 제출받은 결과 시도교육청 가운데 실태를 파악한 곳은 부산교육청 한 곳이었다.

수도권 지역 유·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가 한달여만에 재개된 21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한 6학년 교실에서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강원, 경북, 경남, 제주 등 8곳은 교육격차 실태 파악이나 정책연구가 없었다.

서울교육청과 전북교육청은 9월 25일 현재, 실태조사나 정책연구가 없었지만 정책연구를 추진할 계획으로, 연구과제 확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구, 광주, 경기, 충북교육청은 원격수업이나 코로나19 대처 또는 1학기 돌아보는 조사 등을 실시했다. 대구는 코로나19 대응 교육활동에 대해 설문조사 및 집단심층면접(FGI)을, 광주와 충북은 원격수업 질 제고 설문조사를 했다.

경기교육청은 교육연구원에 의뢰하여 원격수업과 1학기 교육활동을 성찰하는 설문조사 및 집단심층면접을 두 차례 추진, 각각 이슈페이퍼를 냈다. 이은주 의원실은 이들 조사는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지만 실태 파악은 없거나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충남교육청은 조사와 연구가 없었다. 하지만 9월 15일부터 25일까지 관내 14개 지역교육청별로 학습격차 해소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김지철 교육감이 참석해서 의견을 듣고 함께 방향을 모색했다.

전남교육청은 학교 현장으로 연락하여 6월 수능 모의평가와 1학기 기말고사의 경향을 살폈다. U자형 성적 분포를 보이는 학교들이 있다고 밝혔다. 중위권 학생이 감소하면 U자형을 띤다.



부산교육청은 두 가지를 진행했다. 먼저 1학기 중간고사를 분석했다. 원격수업 후 등교하여 진행된 중간고사에서 학교현장의 교원들이 체감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약식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씩 200명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170여 명이 응답했다.

응답한 교사의 60.6%는 중간고사의 난이도가 예년보다 쉬웠다고 답했다. ‘조금 쉽게’는 52.4%, ‘많이 쉽게’는 8.2%였다. 1학기 중간고사를 쉽게 출제한 교사가 상당수였던 셈이다. 원격수업에서 등교로 바뀌자마자 중간고사가 치러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채점해보니 상위권 학생들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고 교사들은 인식했다. 절반 넘은 56.2%의 교사들이 “예년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표했다. 하위권에 대해서는 성취 수준이 약간 낮아지거나 많이 낮아졌다고 인식한 교사가 50.3%에 달했다. 상위권은 변화 적지만, 하위권은 성적 떨어졌다고 느낀 것이다.

“원격수업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되십니까” 질문에는 68.2%의 교사들이 상, 하위권간 격차가 많이 또는 약간 벌어졌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원격수업으로 격차 심화되었다고 봤다. 예년보다 쉽게 출제했는데, 결과는 벌어진 격차인 셈이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은 객관적인 자료 분석을 우히ㅐ 학생들 성적을 비교 분석 중이다. 일반고 24교를 표집하여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 수학 및 영어 성적을 수집, 부산대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은주 의원은 “이것이야말로 적극행정이고 선진교육행정”이라며 “여러 목소리 있으면 실태 파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현장에 귀 기울이면서 실태를 파악한 부산교육청 사례를 참고하여 다른 교육당국도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