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MBC 기자 별세.."쌍둥이 밟혀 눈감기 싫다며 멀리 떠나"

by박지혜 기자
2019.08.21 08:37:2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이용마 기자가 2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이용자 기자의 형 용학 씨는 이날 이 기자의 페이스북에 “언제부턴가 남들이 저보고 용마 형이라고 칭찬한다. 못난 형이 미워서 형 노릇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 잘난 동생이 먼저 앞서서 갔다”라며 부고를 알렸다.

용학 씨는 “못난 형은 왜 그리도 못났는니… 잘난 동생은 왜 그리 성질머리를 급하게 썼는지… 그 먼 곳을 혼자 떠나는지 모르겠다”라며 “죽도록 아픈 고통이 아니고 죽어야만 되는 고통을 받아드렸다. 너무나도 슬프고 마음 아픈 이별이다”라고 썼다.

그는 “팔순 노모 눈에 가시가 되어 감을 수 없다면서… 다음 생애에도 똑같은 마누라 데리고 살고프다 하면서… 아직 필 날이 너무 많이 남은 쌍둥이들 눈에 밟혀 눈 감기 싫다며… 그렇게도 너무 멀리 떠났다”라며 동생을 그리워했다.

용학 씨는 또 “아직은 가족들에게 할 일이, 회사에서 할 일이, 사회에서 할 일이, 나라에서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고 만들어야 할 일들 너무 많은데 이제는 조금이나마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것, 풀어헤쳐 널리 흩날려서 모두가 함께 화답하고 해바라기 꽃이 활짝 피어야 되는데 못난 형 때문에 갔다”며 동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남은 자들이 그 곳을 나중에 찾아갈지 모르겠다”라고 글을 맺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이용마 기자의 가족(사진=이 기자 페이스북)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 이 기자는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으로서,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가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해직 후 국민라디오에서 ‘이용마의 한국정치’를 진행했고, 정치학 박사로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복막암 투병 중이었던 2017년 10월에도 서울광장에서 열린 파업콘서트에 참여해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것”이라며 언론 민주화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러다 2017년 12월 최승호 대표이사의 해직자 복직 선언에 따라 5년 만인 12월 8일 MBC로 돌아왔다. 앞서 같은 달 1일에는 방송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라는 평과 함께 제5회 리영희상을 받았다.

그는 해직 기자 아버지가 쌍둥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삶과 꿈의 이야기를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에 담아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자신이 겪은 한국 현대사와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언론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주자였던 2016년 12월과 올해 2월 이 기자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기자는 당시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다녀갔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라며 “나 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 챙겨주시니 고맙기 그지없다. 김정숙 여사께서 보내주신 무릎 담요도 긴요하게 쓰일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내와 쌍둥이 아들이 있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서 빈소를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