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7.07.24 09:00:00
박기동 사장, 검찰 압색 직후 ''중도 사퇴''
도로公, 국민연금, 가스公 사장 잇단 사표
靑 "빈자리 보는 정도", 정부 "일괄 사표 無"
공공기관 뒤숭숭.."조만간 지침 내려올 것"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상윤 기자]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박기동 사장이 물러났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장들이 잇따라 자진 사퇴하고 있어 공공기관장 교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4일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박기동 사장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사장은 감사원이 채용비리를 적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수사가 착수되자 지난 18일 감사원과 산업부에 사의를 표했다. 직원들에게는 지난 22일 퇴임 소식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안전공사는 박 사장의 이임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박 사장은 “채용 관련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정부에 사죄한다”고 밝혔다. 가스안전공사 공채 1기 출신인 박기동 사장은 2014년 12월 취임했다. 박 사장은 임기(올해 12월) 5개월을 남겨 놓고 이번에 중도 사퇴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가스안전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해 업무 관련 문서, 장부·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박기동 사장의 채용 관련 비리 건과 관련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최근 박 사장이 직원 채용 때 최종 면접자 순위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찬열 더불어민주당(현 국민의당) 의원이 산업부에서 받은 ‘공공기관 인사채용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는 예비합격자 순위를 조작해 최종합격자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학교 출신이 전체 예비후보자 중 유일하다는 이유로 우선 순위에, 남성 직원에 적합한 업무라는 이유로 여성이 후순위에 배정됐다. 이 결과 지난해 5급 신입 최종합격자 중 화공(1명), 기계(3명), 전기·전자(1명) 분야 5명은 당초 예비후보자 순위에서는 추가 합격 대상자가 될 수 없는데도 최종 합격자로 뽑혔다.
박 사장을 비롯해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들은 최근 잇따라 자진 사퇴하고 있다. 지난 5월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달 들어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중도 사퇴했다.
앞서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지난 18일 ‘공공대개혁을 위한 적폐기관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유제복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무대행,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 10명을 퇴진 명단에 올렸다.
업계에선 신임 공공기관장으로 전직 국회의원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는 교체설에 신중한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 (공공기관장) 빈자리부터 들여다보는 있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양대노총 기자회견 관련해) 얘기를 들었다”며 “(기관장 교체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일괄적으로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인위적인 물갈이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분위기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과거 정부는 양대노총의 요구를 무시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며 “각 부처 장관 임명이 마무리 되면 조만간 지침이 내려오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권에 따라 공공기관장이 자진 사퇴하는 관례, 새로운 정권과 공공기관장 간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선 기관장 교체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왜 자진 사퇴를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