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노년]⑥고령화 시대의 그늘..'황혼 이혼'

by윤종성 기자
2015.09.26 12:00:50

결혼 30년 지난 부부 이혼, 작년에만 1만 건 넘어
"이유 있으면 이혼해야"..고령자들, 결혼관 변화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저출산과 고령화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사회 문제로 꼽힌다. 이 추세로 간다면 한국은 3년 뒤인 2018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지만, 아직 고령 사회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데도, 이들에 대한 복지나 사회 안전망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노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고령화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노인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고령층 이혼 건수 및 재혼 건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혼 풍속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참고 살았지만 이제는 이혼하고 새 인생을 살자는 사람이 늘면서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이혼건수는 11만6000건. 이 가운데 남자와 여자 고령자의 이혼 건수는 각각 5914건(5.1%), 2721건(2.4%)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남녀의 이혼은 1년 전보다 각각 8.2%, 17.4%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의 ‘2014년 혼인· 이혼 통계’ 자료를 봐도 황혼이혼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결혼한 지 30년 이상 지난 부부의 황혼이혼은 1만 300건으로 1년 전보다 10% 늘었다. 황혼이혼은 2012년 8.8%, 2013년 8.4%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두자릿 수대로 증가폭이 커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3배나 늘었다. 황혼이혼은 남녀 모두 50대 후반과 60대 이상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사는 것만이 미덕인 세상이 아니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7.7%는 ‘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2008년 2.7% △2010년 3.9% △2012년 5.6% △2014년 7.7%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어떤 이유라도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고령자는 29.1%에 그쳤다.

황혼 이혼의 증가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하는 고령자는 58.8%에 그쳤다. 이는 전체 인구의 배우자 만족도(65.2%)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성별로 보면, 부인이 남편에게 만족하는 비율(52.2%)이 남편이 부인에게 만족하는 비율(63.6%)보다 크게 낮다. 특히 고령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배우자에게 불만족하는 비율이 커졌다.

문제는 이혼 후 재혼이 쉽지 않다 보니 혼자사는 ‘독거 노인’이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고령인구의 재혼건수는 남녀 모두 전년대비 1.9%,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44.3%가 ‘재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1.6%였지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도 16.8%에 달했다. 이밖에 △하지 말아야 한다 7.3% △잘 모르겠다 8% 등의 답변이 나왔다.

▲가족관계 만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