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도진 기자
2009.04.24 10:02:31
채권은행 청약통장 판촉 활동
[이데일리 윤도진 박성호기자] "미분양 팔기도 바쁜데, 통장까지 팔아야 한다고?"
얼마 전 은행과 워크아웃(기업정상화) 약정을 체결한 A건설사. 이 회사는 각 팀별로 `만능 청약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사전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목표는 직원수의 1.5배. 이 회사 직원들은 본인이 가입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에게까지 특정 시중은행의 청약통장에 가입할 것을 권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 직원들이 뜬금 없이 청약통장 판촉에 나선 것은 이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 채권은행의 경영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장도 다름 아닌 이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B은행 상품이다.
최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를 앞두고 통장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에 따라서는 지점 및 직원들에게 100~300좌까지 유치 할당량을 배정할 정도로 경쟁이 뜨겁다.
이 같은 상황에서 B은행이 A사측에 임직원들의 청약통장 단체 가입을 `권유`해 왔고 A사는 이에 응해 직원들과 친지를 대상으로 청약통장 판촉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A사측은 "만능 청약통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주채권은행 통장을 팔아주자는 차원에서 판촉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권유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강압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은행이 워크아웃 건설사에게 영업을 강제한 것`으로 보는 눈이 많다. 워크아웃이 시작돼 수 년간 은행의 경영관리를 받아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은행의 권유는 사실상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워크아웃 건설사 직원들까지 술렁이고 있다. 아직까지 은행으로부터 판촉 대행 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A사와 똑같은 입장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자신의 회사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직원은 "지금은 청약통장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카드나 보험까지 팔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