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동학사까지… 107·102번

by조선일보 기자
2009.02.12 11:51:00

"제가 안달리면 계룡산 못가유"

[조선일보 제공] 계룡산과 유성온천을 잇는 107번 버스는 대전 시민들의 주말나들이에 빠지지 않는 동행자다. 대전역에서 유성온천 지나 계룡산 능선을 멀찍이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수통골로 가는 102번 버스를 함께 활용하면 대전 여행이 더욱 알차진다.



교통 좋기로 소문난 대전이지만 시내에서 계룡산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107번 버스, 딱 하나다. 이 버스는 도시철도 유성온천역과 현충원역을 지나 계룡산 등산 출발점인 동학사 입구까지 간다.

입춘(立春) 다음 날인 2월 5일, 유성온천역에서 107번 버스를 탔다. 네온 간판 눈부신 전형적인 도시 모양새가 10분도 되지 않아 호젓한 시골 풍경으로 변했다. 현충원 지나서부터는 오른쪽 왼쪽 모두 웅장한 산이다. 큼직한 바위로 찍어 그린 듯한 계룡산의 압도적 산세가 창밖으로 꿈틀꿈틀 지나갔다.

▲ 네온 간판이 번쩍이는 대전 유성온천을 벗어난 후 10여분, 길은 어느새 호젓하게 변했다. 대전 107번 버스는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이 "신비스러움이 다른 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표현한 계룡산과 대전 시내를 잇는 유일한 노선이다. / 조선영상미디어

 
계룡산(해발 840m)에 대해 조선 성종 때 이름난 문인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그 신비스러움이 다른 산과는 판이하게 다르더라'고 했다. 동학사에서 가장 가까운 '계룡산 전설 명소'는 남매탑('오뉘탑'이라고도 불린다)으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본격적인 등산을 즐기는 이들은 남매탑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은선폭포→관음봉→자연성릉→삼불봉→남매탑 지나 동학사로 내려오는 6.2㎞ 코스(약 4시간 정도 걸린다)를 밟는다. 백제 왕족이 목에 비녀가 걸린 호랑이를 살려주자 호랑이가 보답으로 여자를 물어 왔단다. 왕족은 "불도를 닦고 있다"며 여자를 돌려보냈지만 여자가 "저도 불제자가 되겠다"며 가지 않아 두 사람이 의남매를 맺었고 제자들이 그들의 불심을 기려 탑을 세웠다는 전설이 남매탑엔 서려 있다.



바위로 가득 찬 계룡산 등산이 부담된다면 대전 시민들의 한나절 소풍 장소로 인기인 수통골이 제격이다. 유성에서 4㎞ 떨어진 계룡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수통골은 2시간부터 5시간까지, 수준에 맞는 등산 코스를 골라 즐길 수 있어 인기다. 수통골까지는 대전역, 유성온천 등을 지나고 107번 버스와 환승도 편한 102번 버스가 간다.

수통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수통폭포→빈계산 정상→수통골 탐방지원센터로 돌아오는 길은 3시간 정도 걸린다. 빈계산 지나서 내려오는 길, 멀리 계룡산 기암괴석이 올려다 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정상까지 가는 길이 막바지에 굉장히 가팔라 등산화를 꼭 갖춰야 한다. 산책하는 기분만 내려면 수통폭포까지(왕복 약 1㎞·30분), 약간 뻐근한 운동을 원한다면 성북동삼거리(왕복 약 3.2㎞·2시간20분)까지만 다녀와도 수통골 분위기를 맛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등산을 즐긴 사람들 중 상당수는 '유성온천역'정류장에 내려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유성 온천역 주변에 유성호텔(오전 5시~오후 10시·성인 5000원) 등 온천탕이 모여 있다. 흥인호텔 부근 무료 노천 족욕탕에 바지 걷고 잠시 발을 담그기만 해도 피로가 달아난다.

"족욕탕은 '이십사시간' 열어 놓나요?" "아니어유! '스물네시간'이유! 하하!" 족욕탕 관리사무소 직원의 '충청도식 유머'가 경쾌하다.




107번 버스: 한국기계연구원―충남대운동장―충남대―유성온천역―유성시외버스정류장―현충원역―한밭대입구―국립현충원―동학사 입구. 오전 5시50분~밤 10시20분, 15분 간격으로 다닌다.

102번 버스 : 대전역―대동역―고속버스터미널―정부청사역―갈마역―월평역―유성온천역―유성시외버스정류장―현충원역―국립현충원―한밭대―수통골유원지. 오전 5시50분~밤 10시20분, 15분 간격으로 다닌다.



107번 버스와 102번 버스는 유성온천역, 유성시외버스정류장, 현충원역, 한밭대 입구 등에서 서로 갈아탈 수 있다. 성인 편도 1000원(현금 사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