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1%만 분양…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씨 말랐다
by황현규 기자
2021.10.04 14:52:15
4만 5000가구 올해 민영 분양 예정했으나
1~9월 5347가구에 그쳐
둔촌주공·이문1 등 대어급 단지도 내년 분양으로
일정 밀리고 분양가 올라 무주택자 한숨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올해 예정됐던 서울 ‘알짜’ 아파트 분양 단지들이 대거 내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와 동대문구 이문1구역, 성동구 행당7구역, 서초구 방배6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조율이 어려운데다가 코로나19로 조합원 총회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다. 심지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나온 민간 분양 아파트가 5000가구에 그치면서, 예상 물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청약을 기다려 온 무주택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소 약 2만 가구(최소 추산)의 서울 아파트 분양이 내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아파트 1만 2000가구, 이문1구역 3069가구, 행당7구역 958가구, 방배 6구역 3080가구 등이다.
해당 사업지의 분양 일정이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둔촌주공아파트는 분양가 갈등을 겪다 조합장을 해임, 다시 지도부를 꾸려 분양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7월 고분양가 심사제를 적용할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3㎡당 2978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고,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분양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이문1구역도 분양가를 두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받은 이 구역은 당초 일반분양가를 3.3㎡ 당 2218만원으로 책정했었다. 그러나 조합장 해임 등으로 착공(8월)이 예상보다 미뤄졌다. 그 사이 땅값과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조합원들은 분양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들은 분양가를 재심사 받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내년 공시지가 결정 이후로 분양을 미뤘다.
이문1구역은 1군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는 단지로, 강북권에서 드물게 ‘래미안’ 대단지가 들어서는 곳이다. 인근 경희대 등 주요 대학교가 위치한데다가 역과도 가까워 ‘노른자 아파트’로 꼽힌다.
총회 지연 등 조합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분양 일정을 미룬 사업지도 적지 않다.
방배5구역은 구체적인 비례율 조정 등을 조합원 간 협의 중인데 코로나19등으로 총회 일정이 밀리면서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조합원 대상 동호수 추첨 등 구체적인 분양 사항들의 결정도 뒤로 미뤘다. 한 주민은 “어차피 재건축이 확정된 상황에서 주민들은 각자 자신들의 수익을 높이는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행당7구역도 총회 일정이 밀리면서 연내 분양이 어려워졌다.
대어급 단지의 분양 일정이 밀리면서 올 초 계획보다 분양 물량이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가 올해 1월 추산한 서울 민영 아파트 분양은 4만 4722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1~9월까지 실제 분양을 마친 아파트는 5347가구에 그쳤다. 계획물량보다 약 11%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분양 일정이 밀리면서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무주택자의 청약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고정건축비, 가산비로 매겨진다. 특히 분양 일정이 뒤로 미뤄질수록 택지비와 고정건축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이문1구역이 내년도 공시지가 발표 이후 분양가를 결정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건축비도 매년 오르는 추세다. 앞서 지난 9월 기본형 건축비는 3.42% 오르면서 ‘역대급’ 상승을 한 바 있다. 이후에도 원자재 값이 잡히지 않으면서 건축비가 올라갈 유인이 크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완화, 가산비 등을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제까지 분양가를 산정할 시 가산비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논란이 일었으나, 가산비가 제대로 공개되면서 이 가격이 분양가에 크게 반영될 유인이 커졌다. 실제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내년에 결정될 시 3.3㎡ 당 400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을 매수하자니 금리 인상 등의 리스크로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청약을 하자니 일정이 밀려 이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분양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