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동력 떨어져"…델타 변이, 아시아 경제회복 발목 잡나

by김보겸 기자
2021.08.03 09:23:42

델타변이 덮친 동남아서 봉쇄조치 강화
중국도 7월 PMI 1년만에 최저치 기록
느려진 수출엔진에 글로벌 공급망 악화

지난달 30일 델타 변이 확산으로 2주간 락다운에 들어간 베트남 하노이의 모습(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시아 경제가 회복하는 데 있어 델타 변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서양보다 백신 접종이 지연되며 아시아가 델타 변이로 감염이 최고치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 강국으로서 아시아 경제의 이점을 잠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아시아에서 봉쇄 조치 탓에 안 그래도 차질을 빚는 국제 공급망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피해가 커진 동남아시아에서는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제조업 생산 감소폭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초 비필수 업종 공장에 문을 닫으라고 명령해 의류업 등 비필수 업종 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류 공장을 계속 가동 중인 인도네시아도 상황은 좋지 않다. 베트남 등 주변 국가에서 봉쇄조치에 나선 탓에 원재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중국은 민간과 정부에서 각각 발표하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각각 모두 1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7월 PMI의 하위지수인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주문이 줄었다고 보고한 수출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도 델타 변이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6월과 7월 각각 39.8%, 29.6% 수출이 늘었지만 향후 몇 달간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포함해 비슷한 역풍 맞을 수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여러 달 사이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선 경제활동이 정상화 절차를 밟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인구의 49.6%가 백신을 맞은 미국은 2분기 경제생산이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유럽 기업들도 7월 들어 직원 고용 속도가 빨라졌다.

아시아에서 델타 변이 확산세가 커지면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일부 국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좀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계획을 고려하면 해당 국가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