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파수 논란 '재벌꼼수'로 비판..문제 없나

by김현아 기자
2013.05.14 10:16:03

부실한 900MHz, 정부와 KT 모두 책임
과거 문제로 미래부 주파수 정책 압박 논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차세대 LTE 주파수를 둘러싼 통신 3사간 경쟁이 전면화되는 가운데, KT가 자사의 1.8GHz 인접대역 할당 주장에 반대하는 경쟁사 입장에 대해 재벌들의 이기심이라고 공격했다.

KT(030200)는 14일 ‘현 상황이 불공정’…인접대역 할당 반대는 재벌의 시장독식 꼼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면서,부실한 900MHz를 할당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했다. KT는 2010년 정부로부터 900MHz를 할당받았지만 이 대역은 무선전자인식태그(RFID)와 무선전화기 등의 전파간섭 문제로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회사들은 LTE를 하면서 주파수부하분산기술(MC)을 이용해 2개 대역을 주력망과 보조망으로 쓰지만, KT는 오로지 1 개 대역 밖에 못쓴다는 것. 현재 상황이 불공정하니,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는 KT에 1.8GHz 대역을 주는 게 합리적이지만, 재벌회사들이 KT를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해 오히려 불공정 논란을 제기한다고 했다.

그러나 KT의 주장은 차세대 주파수 확보를 위한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중차대한 정책결정을 앞두고 사실상 실력행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부실한 것으로 판명된 900MHz는 KT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서, 해당 주파수에 대해 검사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나 정부(옛 방송통신위원회)에만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T는 2010년 주파수 할당 심사에서 최고 득점을 획득했지만, 당시 예상을 깨고 800MHz 대신 900MHz를 택했다. 글로벌 로밍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ETRI를 통해 주파수 할당 전에 900Hz에 대한 무결성 심사를 했는데, 당시 3G로 테스트한 결과 주파수 간섭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 KT가 해당 대역에 LTE 기지국 1000여 개를 설치하고 서비스하려 하자 문제점이 발생했다. 무선인식전자태그(RFID)와 고출력무선전화기(코드리스폰) 등의 근거리통신 기술 주파수가 할당받은 900MHz 대역과 혼신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900MHz의 혼신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클리어링을 하고 있지만, 연내 사용은 불가능하고 내년에도 될 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실 주파수 할당에 대해 소송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그건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KT가 MC 투자 등을 게을리해 900MHz의 혼신 문제가 늦게 밝혀졌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들여 KT와 함께 홍보도 하고 문제 해결도 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회사와 달리 MC 투자를 지연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수 부소장은 “주파수 할당에 있어 트래픽 상황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우리 가입자가 전체 LTE 가입자의 30% 정도 되는데, 이들 가입자가 제대로 서비스받을 수 없는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KT에 (정부가) 1.8GHz를 심사할당해 달라는 게 아니라, 경매룰을 만드는데 있어 (경쟁사의 공정경쟁 비판으로) 배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900MHz 사태를 오는 8월까지 분배하는 차세대 LTE 주파수 경매와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억울하다면 900MHz 이슈는 행정소송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부 관계자는 “어제 통신사 임원들을 불러 언론전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당장 오늘 (KT가 자료를 내고 SK텔레콤이 기자간담회를 하는 등) 일이 벌어졌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