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혁 기자
2013.05.12 15:21:30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 학장 "제2의 삼성과 현대의 씨앗 뿌리기 위해 신설 추진"
"창조경제 자체가 허구, 시류 편승해 학과 인원 증원 꼼수"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서울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방침인 창조경제 활성화에 맞춰 ‘창조경영학과’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창조경제’ 개념이 아직까지 모호한 상황에서 서울대가 지나치게 시류에 편승한다는 비판과 창조경영학과 설치로 한국의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12일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최근 청와대 국정기획·미래전략·교육문화 수석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만나 ‘창조경제 견인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창조경영학과 신설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3일 교육부와 서울대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창의인재 육성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김 학장은 “경영대 졸업생 상당수가 대기업이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안정된 곳만 찾는다”며 “창조경영학과 설립은 경영학 전공자들이 창업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창업 전문 인재 육성을 목표로 기존 경영학과에서 정원을 쪼개지 않고 별도로 창조경영학과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영학과는 일반 경영학과와 달리 창업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입생 모집은 2015년부터다.
하지만 김 학장의 이런 구상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학계에서조차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서울대가 교세 확장을 위해 창조경영학과 신설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서강대 경영대의 한 교수는 “창조경제는 아베노믹스처럼 분명한 지향점이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연구중심 대학인 서울대가 창조경영학과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류에 편승해 경영대 인원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창조경영학과 신설을 허용할 경우 대학마다 유사한 학과가 난립할 가능성이 크고, 서울대 증원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영 한국경영교육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서울대가 창조경영학과를 신설할 경우 후발주자가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소한 학문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정부가 서울대 창조경영학과 신설을 지원할 경우 국회가 특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