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韓日전'' 4대 관전포인트

by송지훈 기자
2011.01.25 09:29:45

▲ 훈련 직후 스탠딩인터뷰에 참석한 지동원(사진=송지훈 기자)

 
[도하(카타르)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이번에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물러설 곳도 없다.

한국축구대표팀(감독 조광래)이 아시안컵 4강 무대에서 '숙적' 일본대표팀(감독 알베르토 자케로니)과 맞닥뜨린다. 51년만의 우승에 도전장을 낸 우리 대표팀이 뜻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역대전적(73전 40승21무12패), 2000년 이후 전적(11전 4승5무2패), 아시안컵 전적(1승1무) 등 지난 발자취는 모두 한국 쪽에 미소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더비매치가 그러하듯, 한일전 또한 경기력 이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많이 있다.

특히나 이번 맞대결에는 우리 대표팀에 명백히 불리한 요소들도 여럿 눈에 띈다. 역시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승부다.


조광래호와 자케로니호의 맞대결 결과를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로는 '중원 전쟁'이 첫 손에 꼽힌다. 두 팀 모두 미드필드진의 활발한 패스워크를 통해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공세를 펼치는 플레이스타일을 구사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일찌감치 '패스축구'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꾸준히 같은 전술 기조를 유지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한국은 조광래호 출범 이후 '무적함대' 스페인을 지향점으로 삼아 과감하게 변신을 꾀한 케이스다.

이번 한일전에서는 한국의 기성용(셀틱)-이용래(수원삼성) 콤비와 일본의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엔도 야스히토(감바오사카) 듀오가 중원에서 맞붙는다. 기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은 볼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승리 가능성 또한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일 양팀 모두 주전급 중앙수비수 한 명을 빼고 경기를 치른다. 일본은 앞서 치른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장신수비수 요시다 마야(VVV펜로)가 퇴장당해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 관련해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또다른 장신 센터백 다이키 이와마사(가시마앤틀러스)를 대체재로 투입해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한국 또한 비슷한 처지다. 조별리그와 8강전에 모두 출장한 '수비 기둥' 이정수(알사드)가 경고누적으로 일본전에 결장한다. '높이'의 공백을 '높이'로 메운 일본과 달리 조광래 감독은 장신수비수 이정수의 빈 자리를 활동범위가 넓은 조용형(알라얀)으로 메울 계획이다. 이번 대회 준비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황재원-조용형 조합이 일본 포워드진의 공세를 적절히 막아낼 수 있을지의 여부는 경기 결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 한국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구자철(사진=송지훈 기자)



한-일 양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피'들의 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란히 1989년생 동갑내기인 한국의 구자철(제주유나이티드)과 일본의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가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이다.

구자철은 이번 대회서 4골을 터뜨리며 득점랭킹 중간 선두에 올라 있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골을 쓸어담았고, 호주와의 2차전과 인도와의 3차전에 각각 1골씩을 보탰다. 이란과의 8강전 무득점이 '옥의 티'지만 이번 대회서 가장 돋보이는 공격자원 중 한 명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카가와 신지는 이번 대회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결선토너먼트 이후 급속도로 살아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이렇다 할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짜릿한 3-2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구자철과 카가와의 맞대결은 한국과 일본축구의 향후 10년을 미리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한일전을 통해 A매치 100경기를 채워 '센츄리 클럽'에 가입하는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박지성에게 아시안컵은 인연과 악연의 교차점이다. 지난 2000년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후 일본과의 이번 대회 4강전을 통해 11년만에 100경기 고지에 올라선다. 아시안컵 무대에서 100차례의 A매치 이력이 시작됐고, 또 완성되는 셈이니 여간 깊은 인연이 아니다.

하지만 악연 또한 깊다. 박지성은 A매치 99경기를 치르며 13골을 성공시켰다. 그 중에는 세 차례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기록한 골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유독 아시안컵 무대에서는 무려 12경기나 뛰고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본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약한 상대들과 치르는 예선에서도 침묵했으니 이쯤되면 '징크스'라 표현해도 무방할 듯 싶다.

아시안컵 우승의 최대 고비이자 자신의 100번째 A매치에서 득점포를 가동한다면 또하나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실현된다. 지금까지 불가능할 것만 같던 꿈을 하나씩 현실로 바꾸며 성장해 온 박지성이다. '센츄리 클럽 가입 기념 자축포'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