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포털10년사)경쟁에 밀린 업체들

by김유성 기자
2010.12.08 09:36:28

오프라인기존 강자, 온라인 환경에 적응 실패
잡코리아 뛰어넘는 서비스 없이 재도약 어려워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한국의 채용 문화는 97년 말에 있었던 IMF 구제금융 이후 큰 변화를 겪는다. 인크루트, 스카우트, 잡코리아 등과 같은 인터넷 채용 사이트가 등장, 우리나라의 채용문화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은 잡코리아의 성공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운영으로 독주 체제를 확고히한 기간이었다. 잡코리아는 2005년 미국의 채용포털인 몬스터닷컴에 1억 달러에 인수됐다. 당시 잡코리아의 최대 주주였던 현 KTB투자증권 권성문 회장과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이사는 수 백억대의 차익을 얻으며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인크루트, 커리어, 사람인, 스카우트, 리크루트 등의 후발 주자들은 경쟁에 밀려 인수 합병되거나 도태됐다. 지난 10년은 이들에게 있어 위기와 시련 도약의 시기였다.



본지는 2010년 연말을 맞아 채용포털 업계가 걸어온 10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또한 다가올 새로운 10년은 다가올 10년의 채용포털의 서비스 경향을 조망해 보겠다.[편집자 주] 

90년대 후반 열린 웹 시대에 적응을 가장하지 못했던 것은 기존 인사채용 강자였던 리크루트다. 회사 설립 이후 29년 동안 오프라인 헤드헌팅, 인사, 채용의 강자였던 리크루트는 업계에서 가장 빠른 97년 5월에 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나름 인터넷 시대에 대한 대비를 했다.
 
하지만 웹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할만한 역량이 되지 못했다. 이보다도 오프라인에서 성공했던 안이함도 웹에 대한 대응을 늦게 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비즈니스에 보다 특화된 후발 채용 포털 업체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90년대말 2000년대 초 취업 포털 강자였던 스카우트는 현재 채용 박람회, 취업 컨설팅 등의 오프라인 사업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최근 건립된 행정안전부의 스마트워크센터의 설계를 맡는 등, 정부 수주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다른 채용 포털 업체가 인수 합병되는 부침을 겪었지만, 스카우트는 10년이 넘게 꾸준히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인크루트는 채용포털이 자리 잡던 시기에 업계 1위를 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잡코리아는 물론 사람인에게도 뒤쳐진 상황이다. 이에 인크루트는 SNS와 모바일을 활용한 플랫폼을 출시하고 해외 취업 검색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커리어는 다음 취업 센터에 사내 벤처 형태로 있다가 2003년 11월에 분사했다. 2006년 4월 당시 경영난에 봉착한 잡링크를 인수했다. 잡링크는 2001년까지 스카우트, 인크루트와 함께 채용 포털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였다. 이후 유료화와 무료 서비스의 기로에서 시장 선점 기회를 잃고 커리어에 인수되게 이르렀다.
 
커리어는 현재 내실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커리어는 2007년, 2008년에는 채용 박람회를 앞 다퉈 유치하는 등 예전 잡코리아가 썼던 미디어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투입 기회비용과 비교해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잡링크의 인수 후 영향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잡코리아 다음으로 선전하고 있는 업체는 사람인이다. 매출은 잡코리아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인 내부에서는 인지도도 잡코리아와 비교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실제 대학생의 취업 포털 인지도 조사에서 잡코리아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사람인은 2002년 서울대학교에서 시작해 2005년 IT기업 다우그룹에 인수됐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강점이 있고, 파견대행, 아웃소싱도 많이 하고 있다.
 
잡코리아를 제외하고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이들 업체는 큰 성장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잡코리아의 독주에 막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임웅환 스카우트 사장은 후발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화된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구인 공고나 구직 공고를 단순 게시하는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구직자와 구인 기업간의 요구 사항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봤다.
 
임 사장은 이어 “웹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업체들이 도태됐듯, 앱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현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잡코리아 따라가기에 급급한 것”이라며 “잡코리아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후발 토종 기업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채용 포털 업계의 서비스는 캐나다와 같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뒤쳐져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