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11.02 12:00:00
소화기관에 8~11시간 머물며 1초당 1~3장 영상 전송
환자 45명 임상실험 끝나 내년 3월쯤 시판될 듯
[조선일보 제공]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시경 검사는 공포의 대상이다. 우악스러운 내시경이 우리 입을 쑤시고 들어갈 때 또는 장기를 헤집고 다닐 때 몸서리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수면 내시경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신 또는 부분 마취는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일으킨다.
최소 반나절 정도 마취 상태에 있어야 하는 등 시간적인 손실도 크다. 건강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꼭 해야 한다면 보다 쉽고 편한, 나아가 ‘우아한’ 검사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조금만 기다리면 내시경 공포에서 해방될 길이 열릴 전망이다.
민간 합동 연구개발 조직인 지능형마이크로사업단(단장 김태송)이 개발한 캡슐형 내시경 ‘미로(MIRO·Micro Robot)’가 내년 3월쯤 시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참가자 대부분이 “비타민제 먹는 것처럼 간편하다. 이물질이 몸 안에 있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로’는 지름 11㎜, 길이 23㎜ 크기의 타원형 ‘초소형 비디오 캡슐’이다. 위·소장 등 소화기관에 8~11시간 동안 머물면서 10만 화소(畵素)급의 영상(가로 320픽셀×세로 320픽셀)을 1초당 1.4~2.8장 촬영한 다음 몸 밖에 있는 수신기로 전송한다. 외부 수신장치는 사람의 허리에 부착할 수 있으며, 담뱃갑만한 크기다. 미로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속도로 장기들을 속속들이 탐험한 뒤 임무가 끝나면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를 하는 사람은 미로를 먹은 뒤 평소와 다름없이 잠을 자거나 일상업무를 본 다음 병원에 수신장치를 제출하면 된다.
=개발팀이 가장 중점을 둔 기술은 저(低)전력 소모 배터리다. 미로에는 가로 3㎜, 직경 10㎜짜리 배터리 2개가 탑재돼 있다. 미로가 비록 초소형 캡슐이고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우리 몸 안에 있는 8~11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다. 가령 미로가 몸 안에 있는 동안 찍어서 외부로 전송하는 사진은 5만~8만장에 달한다. 10시간 동안 영상 정보를 전송할 경우 정보량은 59기가바이트나 된다. 또 사람 몸 안에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10시간 이상 작동해야 하고, 크기도 작아야 한다. 이 때문에 개발팀은 미로의 배터리에 산화은(AgO)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일반 배터리에 많이 쓰는 리튬이나 니켈은 인체에 해로울 뿐더러 장시간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로가 찍은 사진을 외부로 전송하는 데 쓰인 무선 통신기술 개발도 쉽지 않다. 통상 전자제품과 달리 미로는 인체를 도체(導體)로 이용한다. 인간의 몸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이용해 사람의 몸에 착용한 수신장치에 정보를 전달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몸을 일종의 전선으로 이용하는 원리인데, 우리 개발팀의 특허 기술이 채용됐다.
=개발팀은 미로가 찍은 영상 정보를 분석, 문제가 있는 부위를 빨리 발견토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선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적어도 50장 정도의 영상 정보를 하나로 압축해 의사가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 쉽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가 축적되면 몸 안의 이상 징후를 빨리 발견하고 치료에 따른 중간 변화도 신속히 알 수 있다. 외부에서 무선(無線)으로 캡슐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할 수 있으면 내시경의 크기를 더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동작하는 캡슐형 내시경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속도와 같이 움직이지만 스스로 움직일 경우 검사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위장과 같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내장의 구석 구석을 찍을 수 있다. 김태송 단장(KIST 책임연구원)은 “4~5년이 지나면 스스로 움직이면서 내장 곳곳을 찍어 전송하는 내시경이 개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