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와인업계 방한 줄이어

by남궁민관 기자
2023.09.07 09:49:23

시장진출 노리는 전세계 와인 생산자들 줄줄이 방한
'폭발적 성장' 전년 대비 수입량·액수는 감소
"입문자 중심 소비량 늘 것…젊은 주소비층도 매력적"
샴페인 등 韓 입맛 맞는 제품 놓고 '머니게임' 전망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유럽과 영미권 10개국 50여개 와인 생산업체들이 다음달 초 한국을 찾는다. 이 회사들은 국내에서 아직 수입하지 않는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다음달 5~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비넥스포 미팅 코리아’에 참가해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위한 행보다.

이에 앞서 남호주의 무역 및 해외 투자 유치 촉진을 담당하는 주정부 기관인 남호주 주정부는 지난달 31일 서울과 이달 1일 부산에서 각각 남호주 와인을 소개하는 ‘그랜드 테이스팅 2023’를 개최했다. 남호주 와인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16개 미수입 와인 브랜드가 소개돼 현재 국내 주류 수입업체들과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와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세계 주요 와인 생산자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국내 와인 시장은 올해 예년 대비 다소 쪼그라든 모습이지만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아직 높다는 게 국내외 주류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국내 와인 시장은 저가의 보급형 제품 중심에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요의 주축이 빠르게 변화되는 모양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2ℓ 이하 와인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21.7% 줄어든 2만6236t, 같은 기간 와인 수입액은 13.6% 줄어든 2억4188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와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기저효과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지만 t당 수입액은 작년 8400달러에서 올해 9200달러로 늘어서다.

주류수입업체 A사 관계자는 “작년 와인을 처음 접해보고자 하는 소비자들로 수요가 폭증했다면 올해에는 계속 와인을 즐기려는 이들과 아닌 이들로 일단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세계 주요 와인 소비국과 비교할 때 국내 1인당 평균 와인 소비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와인을 계속 즐기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다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들의 와인에 대한 안목이 점차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와인의 수요 또한 더욱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B사 관계자는 “전세계 주요 와인 생산자들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는 점, 또 와인을 찾는 주 소비층이 열성적인 젊은 이들이란 점이 다른 국가와 다른 한국 시장만의 매력이라고 평가한다”며 “차별화 및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한국 와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단적인 사례로 스파클링 와인 및 샴페인을 꼽는다. 팬데믹 기간 저도수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 수요가 올해에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주류수입업체들의 경우 해외 다른 국가 수출물량 중 남은 제품을 거듭 수입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전세계 와인 생산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프로포즈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와인 브랜드를 독점 수입하려는 국내 주류·주류수입업체들의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C사 관계자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이 와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전통의 주류수입업체 나라셀라는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향후 ‘머니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도 다양한 취향에 맞춘 프리미엄 와인을 강화하며 와인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8월 3만~10만원대 와인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한 홈플러스는 “저가 와인의 수요가 낮아지면서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프리미엄·단독 와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는 상대적으로 고가 와인이 많은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을 선보이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