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둔화에 9월 금리동결 기정사실화…긴축중단 선언은 '글쎄'
by김상윤 기자
2023.09.03 17:10:40
실업률 모처럼 오르고, 임금상승률 둔화세 나타나
물가상승률 둔화세 잠시 스톱…유가 연중 최고치
파월 "인플레 지속 내려가고 있는 확신 필요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뜨거웠던 미국 고용시장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오르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인구가 늘면서 임금상승폭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물가 둔화 속도가 잠시 느려졌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 지난 2월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채용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
|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비농업 실업률은 3.8%를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3.5%)와 지난 7월(3.5%)에 비해 웃돈 수치다.
이는 고용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거나 취업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전달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수록 임금상승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실제 임금상승 속도도 둔화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08달러(0.2%) 오른 33.82달러다. 시장이 예상한 증가 폭(0.3%)보다 낮다. 7월 증가율(0.42%)보다 낮아졌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한 모습을 보여줘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이를 냉각시킬 만한 데이터가 나온 셈이다.
앞서 발표된 7월 구인·이직실태조사(JOLTS), ADP의 8월 민간고용 통계도 모두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제 남은 과제는 물가 추가 둔화 여부다. 문제는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잠시 멈추고 있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3% 상승했다. 직전월 상승률(3.0%) 보다 소폭 올라갔다. 특히 연준이 중시하고 있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4.2%나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4.1%)에서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린 셈이다.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연준 목표치(2.0%) 까지 내려가기엔 연준 주장대로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특히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띠고 있는 것도 물가 상승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1.92달러(2.30%) 상승한 배럴당 85.5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고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8월에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을 줄이고, 4분기에도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헷지’하기 위한 매수세가 더 들어오고 유가는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종료를 확실히 선언하기에는 물가 둔화 추세가 확고히 굳어졌다는 추가 데이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투자 분석업체 인플레이션인사이트의 오메르 샤리프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가를 비롯해 자동차 도매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 올 4분기에 다시 인플레이션이 고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이 경우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다음달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 참가자들의 94.0%는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11월, 12월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각각 35.4%, 33.5%를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