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前교수 "상처입은 48%국민 건들지 마라" 보수에 일침

by뉴시스 기자
2012.12.25 20:43:03

【서울=뉴시스】 표창원 전(前) 경찰대 교수가 대한민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제18대 대통령으로 만든 보수들의 겸허한 반성을 요구했다.

표 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자칭 보수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표 교수는 이 글에서 “자칭 보수들이라는 사람들이 당당하지 못하고 선거에서 이겨 그토록 갈구하던 정권을 잡은 것으로 양이 차지 않는 것 같다”며 “어느 한 사람의 패자에 대한 격려와 칭찬 하는걸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48% 국민들은 합리적 이성으로 이해 못할 결과에 외신이 모두 ‘독재자 딸 뽑은 나라’라는 기사 써 보내 창피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수들은 이런 국민에게 아위처럼 달려들어 여전한 악플과 악다구니 종북 좌빨 타령이나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그대들이 진정 보수 맞나. 자유주의 당당한 근대의 승자인 보수가 맞냐”며 “부디 충심으로 고한다. 승리를 즐겨라. 그리고 앞으로 5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패자들에게 힐링과정에 기웃거리며 차마 인간으로 해선 안 될 악다구니 짓은 그만둬라. 내게 던지는 악플과 분탕질은 다 소화해 낼 수 있다”며 “하지만 제발 상처입은 가슴 부여잡고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우리 착하고 순수한 48% 국민은 건드리지 마라. 같은 민족으로서 고하는 마지막 호소”라고 꼬집었다.

표 전 교수의 글을 읽은 누리꾼들은 국민통합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패자의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은 그렇다치고 일부 승자들의 눈살찌푸려지는 언동에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언젠가 승패없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그런 날이 꼭 왔으면….”(아이디 ‘NLife’)

“우리나라 보수라 말하는 정치인들 중에 그 누구하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며 일해본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부와 명예, 가진자들 편에서만 일했지 대다수의 국민을 위해 헌신한 보수 정치인이 있나. 보수가 나쁜게 절대 아닙니다. 진보도 나쁜게 절대 아닙니다. 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면 더 헌신하는 쪽을 선택할 뿐이다.”(아이디 ‘조클루니’)



“이제껏 보수가 어디 제대로였나요. 자기들의 뜻과 다르면 무조건 비판만 해왔다. 진정한 보수는 없고 자기들만 이익 집단만 보이네요.”(아이디 ‘마이드림’)

앞서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관련해 쓴소리를 한 뒤 16일 블로그에 사직서를 공개하며 “경찰대학의 정치적 중립성에 부당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선거 전날인 18일에는 “정권 교체가 되면 5년간 어떤 선출직,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새누리당도 홍정욱, 남경필, 신의진 등 전문적이고 깨끗한 정치인 중심으로 거듭나면 지지할 의사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후 선거가 끝난 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며 투표율 공약을 이행했다. 22일에는 광주에서 프리허그 행사를 가졌다. 그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앞서 투표율 77% 달성시 서울 광화문, 강남 일대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표 전 교수는 향후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전국에서 무료 강연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표 전 교수는 자신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자 최근 일련의 제 언행으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대다수 ‘합리적인 보수’분들께 양해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표 전 교수는 “우리 대한민국이 분열보다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보다는 조화로 상대에 대한 혐오와 사생결단의 투쟁보다는 ‘공정한 경쟁’으로 발전하고 나아가길 소망한다”며 “그 소망의 뜻과 표현이 최근 대선을 전후한 상황과 맞물려 격하고 과하고 감정적으로 표출된 점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제 마음은 충돌과 갈등의 상황에서 강자와 다수 보다는 약자와 소수에 더 기울고 강자와 다수의 반칙과 불공정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며 “그로인해 약자와 소수를 지킨다는 마음이 강하게 발동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후로는 보다 신중하고 정중하게 표현하겠으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오직 사실과 논리, 합리와 양심에 기반한 말과 글을 하고 쓰며 행동하겠다고 다짐한다”면서 “사회통합을 위해 보다 큰 아량과 포용 베풀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