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4.05.31 10:39:00
"개인파산제, `최후 수단`이어야하나 `최우선 수단`으로 전락"
[edaily 강종구기자]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과 제도가 단기간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바람에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이 31일 전망했다.
현재의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채무자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데다 오는 9월 실시 예정인 개인회생제도는 채권자 권리보호에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은 조사국은 이날 발표한 `개인채무자 구제제도` 연구보고서에서 "민간자율에 의한 채무조정, 법적 채무조정, 개인파산제도가 각각 별개의 근거에 따라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개인채무자들이 채무를 최대한 변제한 후 잔여채무에 대한 상환의무를 면제받기보다는 보유재산을 상회하는 잔여채무에 대해 상환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파산제도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민간자율과 법적인 채무조정을 통해서도 신용회복이 불가능할 경우 마지막 수단이 개인파산제도이어야 하는데 거꾸로 개인채무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방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법률상담 서비스의 경우 최근들어 채무자들에게 면책율이 높은 파산제도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신용회복위원회 역할 `미흡`
또한 현 신용회복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중채무자만을 지원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금융기관들의 자금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인채무자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용교육이나 채무자에 대한 상담 등 사전적이고 예방 차원의 기능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은 조사국 김준기 차장은 "개인채무자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경제적 약자로 조기 신용회복과 채권회수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중립적인 신용회복지원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제 채무자 권리보호 어렵다` 이미 선진국 경험
개인회생제도의 경우 9월 23일로 실시예정일이 잡혀 있지만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경우 변제계획의 확정요건으로 채권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채권자는 의견만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이런 관대한 법적 채무조정제도의 운용은 채무자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통합도산법 조기 제정해야..기존제도 보완도 시급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도산법을 조기 제정하는 한편 기존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통합도산법은 사적 또는 법적 채무조정과 개인파산제도의 일원적인 운용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제도 신청시 각 국제수단별 회생가능성 등에 대해 신용회복위원회와의 상담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회생제도에서 채권자의 동의요건을 포함하거나 최저 변제금액을 설정하는 등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신용회복위원회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금융기관 이외의 자금조달원을 확충하는 한편 지원대상도 다중채무자뿐 아니라 개별 금융기관 채무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배드뱅크 등 현재 추진중인 지원조치가 한시적인 특별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홍보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구제혜택에 대한 기대를 없애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기관 정보공유 대상을 문제채무자에서 우량채무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