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의 한동훈" 또 서태지 소환...윤석열 계엄 '시대유감'은?
by박지혜 기자
2025.04.11 07:13:5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가수 서태지를 언급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가수 서태지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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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1992년 서태지의 노래 ‘난 알아요’를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처음엔 기성 평론가들로부터 최악의 혹평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서태지는) 시대를 바꾸는 문화 대통령이 됐다. 시대교체는 어느 한순간 폭발하듯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한동훈 총괄상황실장을 맡았던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서태지라는 음악 천재가 대중의 시대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대중의 욕구를 정확하게 간파해서 ‘난 알아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음악 대통령이 된 거 아닌가”라며 “한동훈이라는 정치인도 기존 정치인들 또는 중진 의원들, 특히 저희 당의 영남 의원들을 보면 못 보던 종이다. 그러니까 위화감도 느낀다더라”라고 풀이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통해 왜 바뀌어야 되는지, 왜 시대 교체가 돼야 하는지 분명히 얘기했다고 본다”며 “본인의 상품 가치가 어디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 출마 선언이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IN 유튜브 라이브에서 “젊어 보이는 느낌으로 (서태지를) 얘기했다면 큰일”이라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도 있고 젊은 가수들이 있는데, 지난번에 ‘호헌 철폐’ 얘기도 그렇고 한 전 대표 주변에 50대 이상만 있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나름 젊다는 정치인이 무려 BTS와 아이유와 블랙핑크의 나라에서 대통령씩이나 하겠다면서 굳이 서태지라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의원은 또 “출신은 골드, 감성은 올드”라며 “이런 가사가 생각난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사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환상 속의 그대’를 차용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여러분,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했다.
한 전 대표와 사적인 자리에서 서태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92학번으로서 학생 운동의 끝물, 새로운 시작, 그 상징은 서태지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메시지는 ‘나는 나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이라며 “한동훈 전 장관의 모습이 여의도 문법,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이번 출마 선언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계엄과 탄핵으로 고통받은 분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한다. 그 고통을 끝까지 함께 나누고 더 많이, 더 오래 가져가겠다”며 “그러나 그것은 대한민국의 지향점인 자유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책임을 다할 때 우리는 다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한 서태지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에 대해 “2025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또 다른 탄핵이라니 ‘시대유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시대유감’은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수록곡으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유명한 대표곡 가운데 하나다.
서태지는 1995년 시대유감 발매 당시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 등을 담은 가사가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에 걸리자, 항의 표시로 가사를 뺀 연주곡만 앨범에 실었다.
이후 팬들의 서명 운동이 이어졌고 그 화력으로 이듬해인 1996년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됐다. 이 사건은 서태지가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