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접경지 봉쇄하고 대피령…지상전 임박(종합)

by양지윤 기자
2024.10.01 07:11:04

레바논 국경 접한 지역, 출입 금지
베이루트 주민에도 특정 건물 대피령
美 “헤즈볼라 인프라 집중, 제한된 작전”
EU “이스라엘, 레바논서 추가 군사 개입 안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며 중동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레바논과의 접경 지역 출입을 금지하며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레바논 신 엘 필에서 바라본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의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습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스라엘군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북부 메툴라, 미스가브 암, 크파르 길라디 지역 등 레바논 국경에 접한 지역을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며 “이 지역으로의 출입은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주민들에게 특정 건물에서 대피하라는 긴급 경고를 발령했다. 이 건물들은 베이루트 교외의 릴라키, 하레트 흐레이크, 부르즈 알 바라즈네에 있으며 이스라엘군은 표적이된 건물에서 최소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레바논군은 이스라엘 접경지 여러 지점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레바논군이 최소 5㎞ 후방으로 부대를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군대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의 주요 분쟁에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1년 동안 적대 행위가 벌어졌을 때도 이스라엘 군대를 향해 발포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의 배치는 레바논에 대한 지상 침공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대한 소규모 지상작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들(이스라엘)은 우리에게 여러 작전에 대해 통보해왔으며, 지상전에 대한 언론 보도도 봤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과 그것(지상전)에 대해 대화를 해왔지만 그들은 현 단계에서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인프라에 집중한 제한된 작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해 침공할 경우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작전은 마지막 전쟁보다 규모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선을 그었다. 이날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인들에게 병력 이동과 활동에 대한 무책임한 소문을 퍼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주 미국과 프랑스가 21일간의 휴전을 요구하며 민간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주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휴전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국경 침공 계획에 대해 안심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나섰다. 레바논에 추가적인 군사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열린 27개국 외교장관 긴급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더 이상의 군사 개입은 상황을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추가 공격을)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전 가능성 등을 시사한 가운데 EU가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지상전 가능성을 또 내비쳤다. EU 장관들은 헤즈볼라를 향해서도 “즉각 휴전하라”고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