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계영 기자
2013.04.04 09:30:00
자율협약 신청으로 STX 계열사 신용등급 일제히 강등
작년 9월 웅진사태 후 빙하기..올초 이후 회복세에 찬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STX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봄기운이 돌던 회사채 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신청을 반영해 STX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하는 등 STX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TX(011810)와 STX조선해양(067250)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을 ‘부정적 검토’로 낮춰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회사채 시장에도 충격파가 예상된다.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이 A-였던 웅진홀딩스가 지난해 9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빙하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가 올 초부터 조금씩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금리 기조로 우량기업 회사채나 국공채 등에 대한 역마진 우려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 탓이다.
하지만 웅진그룹에 이어 STX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선과 해운, 건설, 화학, 철강 등 경기취약 업종의 회사채 투자도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아직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기업의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조짐을 보였는데 이번 사태로 투자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김경국 현대증권 선임연구원도 “STX 사태가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를 다시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STX사태의 여파로 은행권도 불똥을 맞고 있다. 이경록 애널리스트는 “STX그룹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은 13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대손충당금 반영에 따른 실적 악화와 향후 부실업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대손 리스크로 은행채 투자심리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에도 회사채 투자자에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회사채는 자율협약 채권에 포함되지 않아 채권단의 신규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정상적으로 상환받을 수 있다. 현재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올해만 1조1000억원에 달하고, 당장 다음 달 5000억원을 차환해야 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09년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이 자율협약을 신청했을 당시, 신평사의 등급감시 대상에 올랐지만 협약 체결 후 원래 등급을 회복됐다”면서 “STX조선해양 또한 자율협약 체결과 함께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국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회사채 상환은 추가 자금 지원 여부에 달린 만큼 자율협약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