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화산재 글로벌 경제 암운 본격화되나

by양미영 기자
2010.04.21 09:32:07

항공·여행사 타격 이어 車업체도 공급부족에 생산 중단
일주일 넘기지 않으면 GDP 영향은 미미..카틀라화산 추가 폭발이 변수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전세계 항공기 운항이 큰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영국 등을 중심으로 항공기 운항이 서서히 재개되고 있지만 항공업체와 여행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아이슬란드 등 유럽에서 공급하는 부품 부족으로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생산 중단까지 빚어졌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주일을 넘기지 않을 경우, 유럽 국내총생산(GDP) 감소분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아이슬란드의 또다른 화산에서 추가 폭발이 우려되고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닛산 자동차는 21일부터 소형차 모델 큐브와 SUV 차량 무라노, 크로스오버 모델인 로그 등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센서의 공급 부족 때문으로 독일 BMW와 아우디 역시 비슷한 연유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사실 항공기를 통한 화물 수송량은 매우 작은 비중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제조업 과정에서 핵심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비롯, 고부가가치에 공급시기가 중요한 부품들이 항공기 화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항공사 수송이 전체 부품 선적 비중의 0.5%에 불과하지만 무역가치는 25%에 달한다. 특히 적시에 필요한 만큼의 부품을 공급하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 일반화된 제조업일수록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주요 부품 운반뿐 아니라 항공사나 여행업체들의 손해 역시 불 보듯 뻔한 상황. 유럽 최대 여행업체 튜이트래블의 경우 이번 화산재 사태로 하루 손해 비용이 500만~600만 파운드(770만~920만달러)로 집계됐고 런던 히드로 공항 등을 운용하는 영국공항공사(BAA)도 일간 손실을 500만~600만 파운드로 추정했다. 여기에 면세점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명품업체들도 간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역시 유럽으로부터 각종 식료품 수송이 막히면서 일부 지역에서 수산물과 농산물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6일째 항공기 운항이 막히면서 관련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9.11 사태 등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선적이 이뤄지기까지는 약 일주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화산재 사태가 글로벌 경제이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항공기 운행이 이번주 안에 모두 재개된다면 관련 비용이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0.1%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자동차업체들이 부품 공급 부족으로 생산 중단 상태를 빚었지만 유연한 작업 운용으로 생산 부족분을 쉽게 채울 수 있고 자동차 출하 자체는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 차량을 전달하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에릭 닐슨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일시적인 항공기 운행 중단은 육로나 철로, 해상을 통한 수송 증가로 상쇄되고 있다"며 "항공기를 통한 운송 비중이 16개 유로존 국가의 경우 0.2%에 불과하고 영국도 0.4% 정도"라고 분석했다. 닐슨은 일주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면 전체적으로 2분기 GDP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화산재가 분출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에 이어 추가 폭발이 점쳐지고 있는 카틀라 화산이 실제로 화산재를 분출할 경우 그 여파가 더 확산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카틀라 화산의 경우 앞서 터진 화산보다 100배에 달하는 화산재를 뿜을 것으로 보여 가축이나 경작지 등 지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화산 역사 상 대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한 후 카틀라 화산의 대규모 폭발이 뒤를 이었고, 미국 정부 지질학자 역시 이번주 중 화산 폭발을 예견한 상태다.